‘길고 흰 구름의 땅’이 간직한 세상서 가장 멋진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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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뉴질랜드 밀포드 트랙
뉴질랜드, 좋은 길 9개 관리
밀포드 등 3개 피오르드랜드
원시 우림·계곡 등 풍경 다양
크루즈 여행 세계적 유명 상품
입산 제한…원시림 보존 비결
뉴질랜드 남섬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에 있는 밀포드 트랙. 사진은 설산과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밀포드 트랙 매키논패스(해발 1154m) 정상에 도착한 탐방객들의 모습.
뉴질랜드 남섬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에 있는 밀포드 트랙. 사진은 설산과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밀포드 트랙 매키논패스(해발 1154m) 정상에 도착한 탐방객들의 모습.

지금으로부터 약 1000년 전 남태평양 타히티 마오리족이 카누를 타고 바다를 건너면서 뉴질랜드에 사람의 발길이 처음 닿았다.

그들은 이곳을 길고 흰, 구름의 땅이라는 뜻으로 아오 테아 로아(Ao Tea Roa)’라고 불렀다. 그로부터 600년이 흐른 어느 날, 네덜란드인 아벨 타스만이 이 섬에 도착했다.

서양인 최초로 이 섬에 상륙한 그는 고향 네덜란드 해안의 질랜드란 지명에 ‘New’자를 붙여 이곳을 뉴질랜드라고 명명했다.

다시 100년이 지난 어느 날 캡틴 쿡이란 별명으로 유명한 영국인 제임스 쿡이 이 땅에 내렸다. 그가 뉴질랜드를 탐험하고 고국에 알리면서부터 서양인들의 이주가 본격화됐다.

뉴질랜드는 북섬과 남섬으로 나뉜다. 대도시 오클랜드와 수도 웰링턴은 북섬에 있지만, 천혜의 자연환경은 남섬이 간직했다.

남섬에는 서남단을 중심으로 광활하게 펼쳐진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이 압권이다. 섬 전체에 등뼈처럼 길게 뻗은 채 만년설로 뒤덮인 서던알프스산맥의 가장자리다.

뉴질랜드에는 전국적으로 아홉 개의 걷기 좋은 길들이 ‘9 Great Walks’로 지정돼 정부가 관리하고 있다.

이들 중 캐플러, 밀포드, 루트번 등 3개 트랙이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에 있다.

무엇보다 뉴질랜드 트레킹의 진수는 밀포드에 있다. 타스만해의 거대한 바닷물이 남섬 서남부 가장자리에서 내륙 깊숙이까지 들어와 협만(Sound)을 이룬다.

이영철 작가가 밀포드 트랙에서 만난 사람들.
이영철 작가가 밀포드 트랙에서 만난 사람들.

밀포드 트랙은 이 일대 내륙의 원시 우림 속 습지와 강과 계곡을 건너며 밀포드 사운드 앞까지 이어지는 59구간으로 걸어서 34일이 소요된다.

출발지는 남섬의 조그만 호반도시 퀸스타운이다. 여기서 버스로 두 시간 반 거리인 테아나우 호수에 내려 입산 절차를 밟는다. 이어 유람선에 올라 남섬의 가장 큰 호수를 건너야 한다.

한 시간 동안 주변 설산들의 위용에 넋을 잃다보면 글레이드 선착장에 도착한다.

첫 코스는 생소한 나무들로 촘촘한 원시림과 가지마다 이름 모를 이끼식물들로 얽힌 풍광을 마주하게 된다.

이튿날은 클린턴 강을 따라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봤을 법한 묘한 분위기의 숲이 이어졌다. 히레레 폭포와 퀸틴 폭포와 숲길과 계곡길을 지나 해발 610m 민타로 산장까지 17를 걸다보면 6시간이 소요된다.

셋째 날 민타로 산장에서 해발 1154m 정상까지는 해발고도 차 500m를 등정해야 하는 가파른 구간이다. 급경사를 완충하기 위한 지그재그 길을 십여 차례 오르며 땀을 쏟은 후에야 정상 초원에 이른다.

매키논패스 정상에는 십자가를 설치한 석탑 하나가 장엄한 모습으로 서 있다. ‘1888년 이 길을 개척하고 1892년 테아나우 호수에서 사망한 퀸틴 매키논 경을 기리며 세웠다는 글귀가 정상 주변을 감싸는 짙은 안개구름과 어울려 영적인 기운을 더해준다.

이어서 다시 가파른 숲길을 따라 아더 강 하류로 하산하면 얼마 후 덤플링 산장에 이른다. 셋째 날에는 19코스에 8시간이 소요된다. 도중에 퀸틴 호수까지의 왕복 5옵션 구간이 포함된 거리다.

마지막 날은 아더 계곡과 아더 강을 따라 걷는 평탄한 길이다. 종착지인 샌드플라이 포인트까지는 185~6시간이 소요된다. 멋진 구름다리와 폭포와 호수를 만나기도 한다.

밀포드 협만에서 크루즈를 타는 모습.
밀포드 협만에서 크루즈를 타는 모습.

이곳 밀포드 협만(Milford Sound)을 따라 멀리 타스만 해까지 나갔다 돌아오는 밀포드 사운드 크루즈 여행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 상품이다.

밀포드 트레킹에 참여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가이드 동반한 패키지 트레킹과 개별 자유 트레킹이다. 개별 자유 트레킹은 34일 동안 본인이 배낭에 지참한 음식들로만 조리해 먹어야 한다. 당연히 개인 침낭도 필수다.

비용 차이가 큰 만큼 패키지 트레킹은 식사, 숙박, 길 안내와 다양한 정보 등을 가이드에 의존할 수 있어 편하다.

밀포드 입산 인원은 하루 90명 이내로 제한된다. 원시림이 잘 보존되는 비결 중 하나다.

밀포드 트랙 지도.
밀포드 트랙 지도.

우리와는 정반대 계절인 만큼 늦은 봄인 10월 말에 개장한다. 초가을로 접어드는 5월부터는 동절기라 모두 문을 닫는다.

따라서 오픈 기간 6개월에 하루 90명씩 180일 동안 연간 입산 인원은 16000명 수준이다. 이런 입산 제한 때문에 매년 6월에 실시되는 인터넷(www.doc.govt.nz) 예약 접수를 해야 한다. 전 세계인들의 동시 접속으로 빠르게 마감돼 버린다.

20세기 초반 영국의 한 언론 매체에 소개된 이래, 뉴질랜드의 밀포드 트랙은 이후 백 년이 넘는 오늘날까지 세상에서 가장 멋진 길이란 수사를 놓쳐본 적이 없다.

<글·사진=이영철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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