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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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고추의 매운맛은 스코빌지수(SHU)라는 국제단위로 측정한다. 1921년 미국 화학자 윌버 스코빌이 개발한 데서 유래했다. 신경조직을 자극하는 고추의 주요 성분인 캡사이신의 함유량을 표시하는 게 스코빌 수치다.

현재 기네스북에 등재된 가장 매운 고추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재배된 ‘캐롤라이나 리퍼’다. 156만9300SHU다. 맵기로 유명한 청양고추(4000~1만SHU)는 물론 2007년까지 고추의 제왕으로 등극했던 멕시코산 하바네로(30만SHU)도 울고 갈 정도다.

고추는 150종이 넘는데 그중 매운 맛을 따지면 한국의 고추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 고추는 덜 매운 대신 달고 향기로워 1인당 하루 섭취량으로 보면 어느 나라 국민에 떨어지지 않을 정도다.

▲고추의 매운맛은 한국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한국의 맛 그 자체라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우리나라 고추 소비량이 1인당 연간 4㎏으로 세계 최고 수준인 것만 봐도 그렇다.

매운맛은 캡사이신이라는 성분에서 나온다. 항산화는 물론 스트레스 해소와 다이어트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한다. 캡사이신은 처음에는 맵게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뭔가 시원한 기분이 들게 하고 통증도 완화시켜 준다. 사실 매운맛은 맛이 아닌 통각이다. 매운 음식을 먹었을 때 혀가 얼얼한 것도 그 까닭이다.

통증 완화 효과는 매운맛을 고통으로 인식한 혀가 뇌의 신경세포를 자극해 엔도르핀 분비를 활발하게 해주기 때문이라 한다. 입에 불이 난 듯,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매운 음식을 찾아다니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는 것이다.

▲근래 청년층에서 ‘극한의 매운맛’을 추구하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 매운음식 ‘마라’가 인기를 끈 데 이어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는 식품까지 구매해 맛본다는 것이다.

경기가 불황일 때 매운맛 선호 현상이 강해진다는 분석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취업난 등에 시달리는 N포세대가 외부에서 오는 고통을 덜기 위해 고안한 스트레스 처방법이라는 거다.

1997년 말 IMF 사태, 2008년 미국발 금융 쇼크, 청년 체감실업률 20%대 기록한 지난해 등이 매운 라면과 닭발 등에 열광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입안을 아리게 하는 매운맛이 답답한 기분을 잠시나마 잊게 만드는 걸까. 유통업체는 즐거울지 몰라도 국민 속은 그야말로 새까맣게 타들어간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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