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알라의 슬픈 DNA
코알라의 슬픈 DNA
  • 제주신보
  • 승인 2020.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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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위원

‘목이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노천명 시인의 시 ‘사슴’이다.

사실 사슴의 목 길이는 노루와 비슷하다. 진짜 목이 긴 짐승은 기린이다. 그래서 과거에 어느 가수가 ‘목이 길어서 슬픈 짐승’은 어떤 동물이냐는 퀴즈에 “기린”이라고 답했다는 전설이 있다.

사람이나 동물의 목이 길면 슬프게 보이는 걸까.

1884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화가 모딜리아니는 35년이라는 짧은 생애 동안 400점에 못 미치는 작품을 남겼다고 한다.

이 중 풍경화 몇 점을 빼고는 모두 인물화이다.

이 작가가 그린 인물화는 대개 목이 기형적으로 길게 표현돼 있다. 또한 목이 긴 일부 작품을 보면 슬프게 느껴지기도 하다.

슬프게 느껴지는 것은 단지 목이 길어서가 아니다.

표정 때문이다. 멍하니 어느 한곳을 바라보는 시선이 슬프다.

▲‘행동이 굼떠 슬픈 짐승이여.’

호주에서만 사는 코알라만큼 슬픈 짐승이 또 있을까.

코알라는 700종에 이르는 유칼립투스 나무 가운데 2~3종의 잎만 먹고 산다고 한다. 그 종이 사라지면 굶어 죽는다. 식성이 까다롭다.

거친 유칼립투스의 잎을 먹기에 이가 쉽게 망가지지만 새로 나지 않아 굶어죽기 일쑤다.

이러한 이유로 마리당 사육비가 연간 2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 때문에 호주를 빼고는 일본 등 6개국만 동물원에서 코알라를 사육하고 있다.

우리나라 동물원에는 아직까지 1마리도 없다고 한다.

▲최근 수개월째 이상가뭄과 고온현상으로 호주 전역 숲에서 화재가 발생해 사람은 물론, 동물들이 갖은 고난을 겪고 있다. 캥거루나 왈라비 등 다양한 동물이 화재 피해를 입고 있지만 행동이 느린 코알라의 피해가 가장 심하다.

일부 코알라들은 사람들에게 다가와 물을 달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죽 괴로웠으면 그랬을까.

코알라는 행동이 굼떠도 생존할 수 있는 DNA가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존속하고 있는 게다. 그러나 이상가뭄과 고온현상이라는 기후변화가 코알라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이 코알라가 좀 더 민첩할 수 있도록 DNA가 변하려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