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성판악 인근 주말마다 ‘교통지옥’
한라산 성판악 인근 주말마다 ‘교통지옥’
  • 김종광 기자
  • 승인 2020.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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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객 이기심·행정 무능 때문
‘불법 주·정차’ 길이 2㎞ 넘어
등산객 3000명…주차면 78대
지난 18일 한라산 성판악 탐방로 주변 5·16도로가 주차 차량 때문에 정체현상을 빚고 있다.
지난 18일 한라산 성판악 탐방로 주변 5·16도로가 주차 차량 때문에 정체현상을 빚고 있다.
“등산객들의 비양심적인 불법 주차를 당국은 수 년 째 방관하고, 대책은 내놓지 않다보니 주말마다 극심한 교통 체증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한라산 성판악 탐방로 인근 5·16도로. 도로 갓길에는 2㎞ 넘게 차량이 줄지어 불법 주차를 하면서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이날 성판악 코스로 입산한 등반객은 2982명. 이들 대부분은 승용차와 렌터카를 끌고 온 것으로 추정됐다.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단은 불법 주차된 차량으로 교통 흐름에 지장을 주고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성판악 휴게소를 중심으로 한쪽 방향의 차량들만 우선 통과시키는 교통정리에 나섰다.
 
그 결과, 30분이 지난 오전 9시에는 5·16도로 성판악 구간의 양쪽 도로 모두 차량이 길게 줄지어 대기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도민과 관광객들은 “성판악 구간을 통과하느라 30분이나 지체했다”며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날 도로에서 30분 이상을 허비한 강모씨(49)는 “자치경찰은 불법 주차 차량은 그대로 두고 이곳을 통과하려는 차량에 대해서만 유턴이나 우회도로로 갈 것을 요구했다”며 분노를 터뜨렸다.
 
일부 운전자들은 “도로 갓길에 차량이 주차됐지만 평소처럼 운전자들이 알아서 교차 통행을 하면 되는데 자치경찰이 한쪽 방향을 서로 막고 통제하는 바람에 극심한 교통 체증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등산객의 ‘비양심’적인 불법 주차와 자치경찰의 ‘무능력한 대응’, 제주도의 ‘주차난 무대책’으로 5·16도로를 통과하려던 애꿎은 도민과 관광객들만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지난 18일 한라산 성판악 탐방로 주변 5·16도로 양쪽에 차량들이 길게 주차된 모습
지난 18일 한라산 성판악 탐방로 주변 5·16도로 양쪽에 차량들이 길게 주차된 모습
주말과 휴일에는 3000명의 등산객이 찾고 있지만 성판악 휴게소 주차장은 78대의 차량만 수용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수 백대의 차량은 도로 갓길에 불법 주차하는 상황이 만성화됐다.
 
더구나 성판악 휴게소는 주차 공간 부족으로 도로 갓길에 주차하면 주차료 1800원(승용차 기준)을 내지 않아도 돼 일부 등반객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보다 오히려 승용차를 끌고 오고 있다.
 
도로 갓길에 대한 불법 주차가 만성화되자, 제주도는 5년 전 한 줄 주차를 유도하기 위해 드럼통 모양의 주차 금지 안내시설을 설치했지만, 이듬해는 제설작업에 불편을 겪는다는 이유로 모두 철거했다.
 
제주도는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고 있지만 렌터카 이용 관광객이 상대적으로 많아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 또 자치경찰은 불법 주차 차량에 대해 과태료 부과 등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주차문제에 손을 놓고 있다.
 
많은 등산객들이 성판악 탐방로의 주차 대책을 건의했지만, 제주도는 수년째 “문화재지구로 묶여 있어서 주차장 조성은 하지 못한다. 대책을 강구해 보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올 들어 한라산에 첫 눈이 쌓이면서 주말과 휴일에 많은 등산객이 방문했다”며 “자치경찰과 제주시와 협의해 도로 갓길에 주차한 불법 차량을 단속하거나 고정식 단속카메라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도는 성판악 탐방로의 주차 공간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에 총 사업비 14억9171만원을 들여 제주국제대 맞은편에 환승 주차장을 조성하고,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사업을 올해부터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