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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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정치권에선 선거에 나가는 것을 ‘벽보를 붙인다’라고 한다. 선거 벽보에 자신의 얼굴을 큼지막하게 실으려면 당내 선발전을 통과해 공천(公薦)을 받아야 가능하다. 공천은 정당이 선거에 출마할 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이다.

공천과 관련해 어느 현역 의원이 들려준 이야기다. “공천과 낙천(落薦)의 차이도 당선과 낙선의 차이만큼 크다”라는 것이다. 일단 공천을 받고 선거에 출마하면 설사 낙선하더라도 주변으로부터 위로는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당초부터 불리한 지역이었다”라거나 “선거 구도가 안 좋았다”라는 등의 변명도 가능하다.

하지만 공천을 받지 못하면 변변한 위로도 없고 변명도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더욱이 낙천은 일반 유권자가 아니라 자기가 소속된 정당의 당원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했다는 의미다. 그래서 정치신인이나 현역들도 공천 이야기만 나오면 촉각을 곤두세운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7일 총선 불출마 장관들의 지역구 등 15곳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확정했다. 여기에 4선의 중진 강창일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제주시갑 선거구도 포함됐다.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시중의 설왕설래도 많아졌다. ‘무주공산(無主空山)’이라 경선을 대비해 뛰고 있는 예비후보는 ‘밀실야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총선 도전을 염두에 뒀던 도의원의 유턴도 전략공천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이 와중에 대표적인 제주 출신 친문 인사의 이름은 지상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전략공천은 당 지도부가 출마 후보를 정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상대 당의 거물 후보나 당선 가능성이 큰 인물에 맞서서 중량감 있는 인사를 내세우는 ‘경쟁력’ 중심의 선거 전략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당내 다른 출마자들로선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보는 것’처럼 처량하고 허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편에선 ‘낙하산 공천’이라며 공정성 시비가 나오는 것이다. 물론 전략공천 지역으로 지정되더라도 추후에 예외적으로 경선으로 돌려질 수도 있다. 그 가능성은 정치는 생물이다는 말이 적절할 것 같다.

▲전략공천은 ‘양날의 칼’이다. 눈엣가시 같은 상대를 베려다 오히려 자신이 베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고위험도 감수해야 하는 투자상품과 다르지 않다. 특히 지역 정서를 잘못 읽으면 벌집을 쑤시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어쨌든 제주는 서울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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