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성(歸省)
귀성(歸省)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흔히 우리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비유할 때 수구초심(首丘初心)이란 고사성어를 쓰곤 한다. 여우가 죽을 때 머리를 자기가 살던 굴을 향해 돌린다는 말이다, 근본을 잊지 않는 마음을 일컫기도 한다. 그 유래는 유교 경전인 예기(禮記)에 나온다.

정치가이자 병법가인 강태공(姜太公)은 주(周)나라를 세우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 공을 인정받아 주 무왕으로부터 제(齊)나라 왕에 봉해져 그 시조가 됐다. 허나 그를 포함해 5대손이 모두 주나라 땅에서 장례를 치렀다. 이 행위를 당시 사람들은 인(仁)이라고 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수구초심을 갖고 있다. 미물인 여우도 그러는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사람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고향=그리움’이란 등식이 성립하는 이유다. 그래서 고향이라는 말을 듣기만 해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야말로 ‘추억의 대상’이자 ‘마음의 안식처’다.

객지에서 생활하는 이들에겐 더 그렇다. 그곳엔 정겨움, 푸근함, 설레임, 안타까움, 애틋함 등이 서려 있다. 하루 온종일 지친 줄도 모르고 친구들과 뛰놀던 골목길이며, 미역감고 물장구치던 물가, 가족들이 모여 음식을 함께 먹던 옛집 등이 아스라이 떠오른다.

▲고향 없는 사람은 없다. 고향은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이기 때문이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이나 ‘마음속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도 물론 해당된다. 거기에 ‘어떤 사물이나 현상이 처음 생기거나 시작된 곳’까지도 아우른다.

고향(故鄕)은 한중일 공통의 한자다. 처음 사용한 사람은 중국 전국시대 말기의 사상가인 순자(荀子)다. 그는 새와 짐승은 무리로부터 떨어지면 오래도록 무리를 찾아다닌다. 그러고는 고향 앞을 지날 때면 이곳저곳 배회하며 한참 슬피 울다가 가던 길을 계속 간다고 했다.

▲귀향(歸鄕)은 ‘고향에 돌아오거나 돌아옴’을 가리킨다. 어떤 사유에서든 ‘아주 돌아온다’는 의미가 강하다. 반면 귀성(歸省)은 ‘부모를 뵙기 위해 객지에서 고향에 돌아가는 것’을 뜻한다. 명절에 고향을 찾는 사람들을 ‘귀성객’이라고 부르는 까닭이다.

‘민족 대명절’ 설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설 연휴(24~27일)를 맞아 이제 곧 귀성행렬이 이어진다. 막히고 짜증나는 귀성길이 될 듯하지만 그럼에도 즐거움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구름도 울고 넘는 울고 넘는 저 산 아래, 그 옛날 내가 살던 고향이 있어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