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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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통령 선거일인 12월 19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은 휴일인 선거일을 이용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여행객이 몰리면서 탑승수속을 받기 위한 줄이 수십미터 이상 이어졌다.

이 날 출국 예정자 수는 4만 3430명으로 평일인 18일 출국자 3만 6563명에 비해 19% 가량 늘었다.

평일 70%대이던 주요 항공사들의 동남아 노선 예약률도 이 날에는 99%에 달했다.

당일 인천공항공사의 집계 결과이다.

또 이날 해외여행뿐 아니라 국내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도 평일보다 30% 이상 늘었다는 국내 주요 여행사의 발표도 있었다.

이 날 남은 휴가를 덧붙여 나들이에 나선 이들 중 상당수가 빡빡한 여행일정에 맞추기 위해 서두느라 투표를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어떤 이는 후보들끼리 진흙탕 싸움에 질려 투표를 포기했다고 했고, 어떤 이는 누구를 뽑을지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누가 되든 무슨 상관이냐’며 무관심 그 자체를 거리낌없이 드러냈다.

국민에 의한 정치인 민주주주의 기본이 무너지고 있는 현 풍속도이다.

오늘은 4년마다 돌아오는 국회의원 선거일 그날이다.

어제까지 선거운동의 주체는 각 후보였다.

그러나 오늘의 주역은 유권자 개개인이다.

그러나 막상 투표일을 맞는 분위기는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전에 없는 무관심으로 투표율만 해도 상당히 떨어질 것 같다는 우려들이다.

실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총선의 투표율을 역대 최저인 50% 초반대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두 명 중 한 명은 투표를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책과 비전은 실종되고, 편법으로 얼룩진 선거전을 지켜본 유권자들로선 이번 선거에 환멸을 느낄 만도 하다.

그렇다고 아무나 적당히 찍어 버리거나 기권을 해버린다면 그런 무책임도 없다.

주권자로서 권리와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 된다.

선거판이 보기 싫고 마음에 안 든다고 아예 외면해 버린다면 결과적으로 우리의 내일을 스스로 망치는 것밖에 안된다.

그럴수록 유권자는 투표로 말해야 한다.

한 표, 한 표의 위력은 곧바로 체감할 수는 없지만 대단하다.

1953년 형법 개정으로 간통죄 존속을 찬성하는 초안과 전면 삭제안이 국회에서 충돌했다.

재적의원 112명 가운데 절반보다 한 표가 많은 57표를 얻은 존속안이 가결돼 올늘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 이듬해 11월 27일 대통령의 영구집권을 위한 개헌 시도는 국회 재적의원 203명 중 찬성 135표, 반대 60표, 기권 7표로 개헌선 136표에 한 표가 부족했다.

부결이었지만 이른바 ‘사사오입론’으로 “개헌선인 3분의 2는 136명이 아닌 135명이다”는 억지로 개헌안 가결이 재선포되기도 했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때는 이런 일도 있었다.

16대 총선에서 광주의 문학진 후보는 3표 차로 떨어졌다.

14대 총선에서 36표 차로 진 임채정 후보가 재검표 끝에 62표 차로 당선된 일도 있었다.

내가 기권함으로써 당선자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최선’이 없다면 ‘차선’이라도 택해야 한다.

누가 ‘아니면 말고’식으로 헐뜯어왔는지, 누가 지역정서를 부추겨 서로를 못미덥게 했는지, 누가 정의의 이름을 도용했는지를 물어야할 게 아닌가.

그래서 투표는 권리가 아니라 의무에 가깝다는 판단이다.

유권자 스스로 자신의 ‘한 표의 힘’을 새삼 되새겨 볼 수 있는 때가 바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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