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미래를 찾아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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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전 제주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장

우리 몸은 외부 환경의 변화에 신경계와 내분비계의 작용에 의해 체내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자극하다, 일깨우다라는 의미를 가진 그리스어, 호르몬은 내분비샘에서 합성분비되어 특정 조직이나 기관의 생리작용을 조절하는 화학 물질이다.

이 호르몬의 작용은 지속적이고 광범위하여 인체 내부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시키고, 생식발생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침샘이나 땀샘과 같은 외분비샘과 달리 호르몬은 혈액으로 직접 분비되므로 호르몬 분비샘을 내분비샘이라고도 한다.

직장 상사한테 야단을 맞고 잔뜩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태로 기분이 나쁘면 배고픔을 더 느끼게 된다. 이때 냉장고에 들어 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나면 좀 진정된다. 배가 든든해지면 기분이 좋아지고 화가 났던 일도 잊어버린다.

무엇 때문에 화가 났을 때 냉장고로 향하는 것일까? 사람의 기분은 뇌의 세로토닌 농도에 의해 결정된다. 환언하면 세로토닌 수치가 높아지면 기분도 좋아진다. 이 세로토닌은 기분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허기를 조절하고 이에 관한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세로토닌은 아미노산의 일종인 트립토판(tryptophan)으로부터 생합성되며, 행복호르몬 또는 각성형호르몬이라고 칭하듯이 인체에서 생산되는 호르몬은 유익한 생체 마약이며 건강한 삶을 유지시켜주는 생체 마에스트로이다.

그렇지만 환경호르몬은 삶을 피폐시키는 심각한 문제아다. 이것은 생물체에서 정상적으로 생성분비되는 물질이 아니고, 인간의 산업활동을 통해서 자연계에 방출된 화학물질이 생물체에 흡수되면서 이러한 물질들이 체내에서 호르몬처럼 작용하는데서 연관된 이름이다.

이러한 물질들은 호르몬의 작용을 억제 또는 강화시키면서 극미량으로 생체의 발육과 성장, 그리고 각종 기능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 환경호르몬의 피해가 본격적으로 보고되기 시작한 것은 1991년부터이다.

이에 의한 심각한 문제가 다양하게 보고되고 있다. 야생동물의 생태를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성기 이상이나 생식불능 개체수가 급증한 사실이 알려졌다. 미국 플로리다주의 호수는 농약으로 오염되어 수컷 악어의 생식기가 퇴화되어 개체수가 급감함이 보고되었다.

영국의 하천에서는 합성세제가 원인이 되어 암수동체 잉어가 발견된 적도 있다. 1992년 덴마크의 한 교수는 이미 지난 1992년에 인간의 정자수는 지난 50년 동안 절반으로 줄어들었다고 발표한 바가 있다. 이처럼 수컷에 대한 환경호르몬의 공격이 이미 광범위 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환경호르몬은 인체에 축적되 수세대까지 영향을 미치며, 일부는 불가역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환경호르몬은 19963도둑맞은 미래(Our Stollen Future)라는 책에서 미국 5대호에 서식하고 있는 야생조류 일부가 생식 및 행동 장애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환경성 내분비교란물질이 야생동물과 인류의 생식, 면역, 그리고 정신 기능의 장애와 교란을 유발하는 주범일 수 있음을 체계적으로 지적하였다.

이렇게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키는 환경호르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건강한 장수를 위해 필수적이다. 평소에 화학물질 사용과 이에 대한 노출 시에 문제점을 주시하는 것은 도둑맞은 미래를 찾는 첩경이 될 것이다.

다양한 화학물질이 증발되어 실내에 있는 탁자, 의류, 서적, 가구 등에 붙어 그것을 만지는 사람에게 쉽게 전달될 수도 있다. 일상생활에서 플라스틱과 음식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음식을 가열할 때는 유리 또는 자기 용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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