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과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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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신보
  • 승인 2020.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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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욕심을 버려야 채워지듯 기적은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있고 때와 시기를 맞춰서 온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일지라도 시작이 중요하고 포기하지 않는 끈기가 우선이다. 모진 겨울을 이겨야 꽃이 피듯 시련과 슬픔은 완성으로 가는 과정이요, 피해 갈 수 없는 운명이다.

여름이 뜨거울 때 지인과 함께 찾아온 이는 고운 외모와 달리 얼굴은 근심 투성이었다. 일찍이 재능을 인정받아 국가장학금으로 유학을 앞둔 미술 학도였단다. 대대로 상당한 재력가의 아들이고 자신이 전공한 분야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무지갯빛 환상에 지금의 남편과 결혼을 했는데 달콤함은 잠시였다.

남편은 가장의 듬직함과는 거리가 멀었고 이해 못 할 정도로 아이 같은 행동을 했다. 사소한 것조차 부모의 힘을 빌리는 게 습관이었다. 진취적이기보다는 뭐든 쉽고 편하게만 하려고 했다. 시댁에 건물이 있어 관리인 노릇을 하는데 문제는 뒤로 돈을 빼돌려 노름에 탕진한단다. 구치소까지 들락거려도 그때뿐이었다.

이제는 자녀들도 커가는데  부끄럽고 창피해 이도 저도 못하고 진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왔단다. 방법이 있을 것 같다고 대답하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재차 확신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겨울눈이 한창 기승을 부릴 때 그가 고맙다며 선물 보따리를 들고 방문했다. 이곳을 다녀간 후에 남편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 빈정거리는 투로 요즘은 왜 안 가냐 했더니 사실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진귀한 경험을 했단다.

몇 차례 그곳에 들렸는데 도박을 하려고 의자에 앉으면 누군가가 자신을 사정없이 때린다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은 움직임도 없는데 비명까지 질렀으니 미친놈 취급을 받았단다. 그리고 막상 그 자리를 벗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깨끗해졌다. 열심히는 아니었지만 교회에 다닌 적이 있어 벌을 받는다는 생각에 이제는 발길조차 끊었다고 전했다. 

변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처가에 소홀했다며 말이 아닌 행동으로 솔선수범하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까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다고 한다. 안이한 생활 태도를 고쳐보겠다고 새벽에 인력시장에 나가 땀과 노력의 결과물인 월급을 받아 왔을 때는 벅찬 눈물을 흘렸단다.

왠지 모르게 지어지는 미소는 작은 기쁨이고 보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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