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내린 복
하늘이 내린 복
  • 제주신보
  • 승인 2020.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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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죽음은 거래나 흥정이 아닌 피해 갈 수 없는 수순이요, 정해진 이치이다. 신 앞에 서 있는 순간은 꿈이 아닌 현실이다. 슬픈 이야기는 벌을 받아야 하고 아름다운 삶은 스스로에게 자랑이 된다. 가난한 이에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은 보석이요, 진심 어린 위로는 하늘복을 쌓는다.

평소 허물 없이 지내는 지인 딸의 혼인은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소식이었다. 재래시장에서 생선을 팔고 있는 분인데 고맙다는 말이 입버릇이다. 화낼 순간에도 고개 숙이는 겸손으로 불필요한 시비를 막고 뒤에서 하는 선행은 이미 알려졌다. 넉넉하지 않아도 딱한 사정으로 찾아오는 부탁에는 거절이 없다. 실제로 흔히 볼 수 있는 동냥하는 사람들도 이들 부부를 보면 미안함에 멀찍이 돌아간다.

무남독녀인 자녀도 인사성과 예절이 요즘 젊은이답지 않아 칭찬 일색이다. 공부는 그다지 잘하지 못해 지방대학을 다녔는데 졸업 이전에 취업을 했단다. 그것도 어느 나라 대사관으로. 워낙 경쟁이 치열해 기대조차 안 했는데 면접 당일 높은 분이 자국 말을 할 줄 아냐고 물었단다. 모른다고 대답했더니 그럼 배울 의지가 있냐 하길래 합격하면 열심히 익혀서 실망을 안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알았다며 바로 출근 하라고 했단다. 절차를 무시한 파격적인 배려였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알뜰하고 검소해서 신용카드도 없단다. 일찍 끝나는 날이 많아 가끔 가게에 일손을 보태기도 했다.

어느 날 느닷없이 딸이 결혼을 하겠다며 남자를 데려왔다. 어디가 그리 마음에 들었냐 물으니 어디서나 친절하고 하는 행동이 아빠 엄마를 닮아 이끌렸단다. 허락을 하고 상견례 자리에 갔는데 시댁 어른들의 성품을 그대로 이어받은 거 같아 안심이 되었다. 단단한 중견 기업을 하면서도 어릴 적 고생을 잊지 않아 주변에 귀감이란다. 귀한 대접을 받으며 식장에 들어가는 광경을 보면서 당신의 베풂이 만든 결과물이라고 어깨를 감싸주니 싫지 않은 표정을 지었던 것이 기억에 오래 남았다.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쌍둥이 남매를 순산했다며 들뜬 목소리로 연락이 왔다. 손뼉 치며 환영할 일이다. 사위도 독자여서 행복이 배가된 것은 잘 살아온 보답이다. 잠시 머무는 지구에서 참된 목적이 무엇인지 깨우침을 가져야 한다.
도움 달라는 애잔한 부탁에 먼저 손을 잡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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