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장묘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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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여생, 수필가

또 하나의 가족임에는 분명하다. 반려 인구 천만 시대에 동물을 바라보는 시각과 그들을 대하는 태도가 확연히 변했다. 언제부턴가 반려동물도 가족이라는 사회적 인식과 단순히 키우는 것만이 아닌 기쁠 때나 힘들 때나 변함없이 함께한다는 의미를 가져서이다.

지인의 글을 읽다가 가족을 잃은 슬픔과 그 아픔을 헤아릴 수 있었다. 14년 동안 그 애가 준 사랑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란다. 아직도 보내기 힘든 듯 얘기하는 눈가가 촉촉하다.

인연을 소중히 간직하고자 했다. 격이 없이 사랑으로 교감하고 의지했기에 울음을 견디지 못했으리라. 마지막 가는 길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라 생각하고, 지인은 남편과 함께 무지개다리를 건넌 아이를 품에 안고 부산으로 간다. 제주에는 반려동물 장례식장이 없어서이다. 사랑으로 맺어진 천사 같은 존재였기에 차마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현행법상 동물의 사체는 폐기물로 분류돼 일반 쓰레기봉투에 담아 처리해야 한다. 한때는 가족처럼 친구처럼 끌어안았는데, 쓰레기 취급한다는 것은 그들에겐 실로 생명에 대한 모독이었다. 사랑을 욕되게 하는 죄악이었다.

반려동물의‘반려 伴侶’는‘짝’이라는 의미로 생각이나 행동을 함께 하는 벗이라는 뜻이다. 말이 없어도 서로 뜻이 통한다는 짝일진대 다른 무슨 말이 필요할까. 좋은 일도 궂은일도 함께 했던 그들에게는 한 가족이고 삶의 동반자였다.

도저히 쓰레기 처리하듯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뭍의 장묘시설을 이용하기에는 시간과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그러다 보니 부득이 불법 매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정당화하는 이도 없지 않을 것이다. 불법 매장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위생 문제를 생각하면 끔찍한 일이다. 가축 전염병은 물론 사체 오염물이 빗물과 함께 지하수로 유입돼, 그 물을 식수로 이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불법 매장, 규범을 인정하면서도 반윤리적 행위를 나무랄 수만은 없지 않은가 싶다. 장묘시설이 없어 불법 매장을 하고 있다면 말이다. 현실이 이러한데 불법 매장으로 인한 범죄행위의 양심적 가책과 죄책감은 누구의 몫일까.

반려동물에 관한 관심과 문화도 상당히 달라졌다.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는 이들에겐 반려동물과 함께했던 삶을 끝까지 거둔다는 책무감이 있다. 명색이 특별자치도인데 반려동물 최후의 안식처가 될 장묘시설이 돼 있지 않다. 주민들이 유치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안일하게 대처하며 그 상황만 모면하고 있다. 도의 사업추진 의지가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

반려동물과 아름답게 이별하고자 하는 가족들의 호소가 애틋하다. 장묘시설의 필요성을 누누이 강조해 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뜨뜻미지근한 태도뿐이다. 결국, 반려 인구는 도덕 불감증 범법자가 되어 가고 있다.

동물 사체 처리법, 양심을 따르자니 법이 걸리고, 법을 지키자니 양심이 걸린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안타깝기만 하다.

아름답게 기억하고픈 마음, 사랑의 실천이다. 그 사랑이 헛되지 않게 반려동물 장묘시설에 관한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대책 수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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