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도 다시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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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언젠가 TV 드라마 이야기다. 새댁이 명절 연휴 일정을 놓고 새신랑과 말다툼을 벌였다. 남편은 지방의 본가부터 인사를 가는 스케줄을 내놓았다. 반면 새댁은 일방적 결정에 따를 수 없다고 항변하더니 아예 스케줄을 무시하는 주장까지 폈다.

“나는 시댁에 가면 불편하고, 당신은 처가에 가면 거북하니 명절 때 각자의 친가로 가서 편히 지내자.” 사실상 명절 연휴를 ‘친정 휴식기간’으로 달라고 제안한 것이다.

당시 새댁의 태도가 일방적으로 비판받을 거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다음날 네티즌 반응에서 새댁의 역발상이 신선하다며 동조하는 글들이 엄청나게 올라왔다. 심지어 어느 시어머니의 처방전은 명쾌하고 인상적이었다. ‘내 딸이라면 시키지 않을 것을 며느리에게 요구하지 말자.’

▲대한민국에만 있다는 화병(火病)은 명절 전후 빈번히 발생한다. 문제는 그로 인해 ‘명절 이혼’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설 직후인 2~3월과 추석 뒤인 10~11월의 이혼 건수가 전달에 비해 평균 11.5%나 많았다고 한다. 협의이혼 신청도 한번도 예외 없이 명절 직후엔 늘어났다는 게 작년 통계다.

명절은 모처럼 가족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지만 부부간 갈등이 증폭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평소 부부 문제가 명절을 거치며 집안 갈등으로 번져 해결이 복잡해지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고향 가는 길에 싸워 배우자를 도로에 내려놓고 가는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일도 자주 나오고 있다. 가부장제 영향으로 시집과 친정 사이에 기울어진 운동장은 아직도 존재한다.

▲설 연휴가 끝났다. 공식 연휴가 4일로 짧았고, 거기에 토·일요일이 포함됐기에 명절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았다. 고향에 오고 가느라 하루씩을 허비한 이들은 더욱 짧게 느껴졌을 터다. 게다가 명절증후군에 이혼 사례가 어김없이 등장하는 건 실로 유감이다.

명절증후군의 원인 중 하나로 소통과 배려의 부재가 꼽힌다. 정치상황이나 대인관계를 넘어 가정의 화목을 위해서도 절실한 덕목이다.

어찌 보면 명절 뒤 이혼율이 증가하는 건 새로운 뉴스도 아니다. 힘들고 아플 때 서로의 손을 잡아주는 부부의 도를 돌아보게 된다. 화가 나는 건 분노 관련 호르몬에 취한 상태라고 한다. 이를 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미워도 다시 한번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되새겨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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