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교육시대, ‘제주의 70∼80대’가 특별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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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옥,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장/논설위원

2020년 2월,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JILES)에 들어온 지 한 달이 지났다. 우리나라의 평생교육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평생에 걸친 배움을 강조한다. 바로 ‘교육이 삶’이란 얘기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이 ‘국가는 평생교육을 진흥하여야 한다’고 규정해 놓은 이유이기도 하다. 평생교육은 학교의 정규교육과정을 제외한 학력 보완, 성인 문자해득, 직업능력 향상, 인문교양, 문화예술, 시민참여 교육 등을 포함하는 모든 형태의 조직적인 교육활동을 의미한다.

따라서 제주특별자치도는 평생교육진흥조례 등을 제정해 제주도민에 대한 평생교육 의무를 실행하고 있다. 또한 JILES는 제주꿈바당어린이도서관의 ‘물애기랑 책놀이’에서부터 아동·청소년을 위한 자기주도학습, 청년 해외배낭연수, 제주도민아카데미, 탐나는 5060프로젝트, 문해교육 등 제주도민의 전 생애를 총괄하는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마치 유아에서 노년에 이르는 일평생 중에서 어느 한 시기가 빠지는 순간 사망에 이르는 것처럼, 각자가 나름의 존재 이유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특별히 70∼80대의 노년층에 시선이 머무는 까닭은 왜일까?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저려오는 이들은, 제주도의 근대에 해당하는 1930∼1940년대에 태어나서 일제강점기와 4·3, 6·25를 겪은 세대다. 일제하의 학교는 배움이 아니라 식민지의 생산능력을 높이기 위한 노동의 수단이었다. 그러니 해방 후 3년 만에 학교들이 대거 문을 열어야 하였다. 하지만 4·3으로 많은 학교들이 소실되고 말았다. 6·25가 끝나는 1953년에야 비로소 중등교육의 기틀이 마련되었다.

그러고 보면 지금의 70∼80대, 우리 부모세대에게는 운명적으로 교육의 기회가 비껴갔던 셈이다. 1964년 교육자치제가 출범하면서 제주교육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지만, 그 혜택은 자녀들을 위한 것이었다. 이를 두고 어느 교육학자는 다음과 같이 진단한다. ‘해방 이후 제주교육은 중앙집권적 제도하에서 제주만의 독특한 색깔을 갖지 못했지만, 대학 학력고사에서 전국 수석을 배출하는 등 교육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발전해 왔다’고. 그러므로 이제는 ‘최고의 인재교육시스템을 향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외람되지만, 이 자리를 빌려 ‘제주인의 성장과 가치를 키우는 미래 인재양성과 평생학습사회 구현’이라는 JILES의 평생교육 비전을 떠올려 본다. 노인 교육에 대한 개인적 바람도 함께.

실은 ‘노인이 되지 말고 존경받는 어른이 되자’는 제목으로 대한노인회의 특강을 다닌 적이 있다. 하루는 경로당을 잘못 찾는 바람에 노래방 기계 앞에서 혼자 노래하는 분과 마주치게 되었다. 남몰래 새로운 곡을 배우고 싶은데, 가사를 읽을 줄 몰라서 ‘한 많은 미아리 고개’만을 반복하고 있었다. 아, 얼마나 가슴이 시려오던지….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가 생각나서 오래토록 울었다. 아버지는 초등학교 졸업장조차 없어서 스스로 ‘불학무식한 사람’이라 불렀다. ‘갑장은 있는데, 동창은 없다’시며, 자녀들은 빛나는 졸업장을 타보는 게 소원이셨다. 하지만 평생 동안 배우기를 즐겨 하셔서 가끔은 동네 사람들이 한글은 물론 한자나 영어를 물으러 오곤 하였다. 결국은 ‘배움은 나를 찾는 행복의 길’이라는 JILES의 모토를 살아내신 셈이다.

2019년 12월 말 기준으로 제주의 70∼80대는 6만7304명으로 집계된다. 제주 인구 67만989명의 약 10%다. 올해는 이분들을 ‘큰 나(眞我)를 찾는 평생교육의 장’에 특별히 초대하고 싶다. 노인이 행복한 꿈을 꿔야 청년의 미래가 밝게 열리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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