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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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길, 前 제주문인협회 회장

‘입춘대길(立春太吉)’ 입춘은 2월 4일인데 일년 24절후 중에서 가장 처음으로 맞이하는 날이기 때문에 명절보다 더 중히 여겨왔다. 첫 시간에 교실로 들어서자 나는 칠판에 ‘立春大吉’이라고 써 놓았다. 학생들도 이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몸과 마음을 경건히 할 것으로 다짐했다.

그런데 둘째 시간에 그 학급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교사가 나에게 “오늘은 문태길 선생님 날이네”라고 하기에 교실로 달려가 보니 ‘立春大吉’의 大자에 점 하나가 찍혀 ‘立春太吉’로 적혀 있는 게 아닌가. 학생들이 나를 테스트하고 있는 기분이다. 그러나 속으로는 기분이 좋았다. 한자에다 점 하나를 찍음으로 해서 다양한 뜻을 유도해 낼 수 있었던 그 학생의 지능이 크게 돋보인 것이다.

어느 날 첫 교시 수업시간이 됐는데도 모 교사는 출근하지 않았다. 교장은 무슨 사고라도 발생했나 하면서 교감에게 전화해 보도록 했다.

그 교사는 새 철 드는 날에는 여자들을 집 밖에 나서지 않는다는 내 이야기를 그대로 믿은 모양이다. 뒤늦게 출근한 그는 교장으로부터 호된 욕을 들었다. “누가 그런 무식한 이야기를 했소”라고 질문했는데 그 교사는 “죄송합니다”라는 대답뿐이었다.

며칠 후 회식자리에서 나는 새 철 드는 날 여성들은 집 밖에 나서지 않는 날이라고 발설한 사실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되자 그 교사에 대한 칭찬이 대단했다. 남을 탓하기에 앞서 자신의 결점을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교육자상이 표출된 것이다. 그 후 그 교사는 연구사, 장학사직을 거쳐 교장까지 승진해 존경받는 스승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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