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호양,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나는 가끔 안사람과 5일 시장에 가서 여기저기 돌다 눈에 들어오는 물건이 있으면 그것을 산다.
몇 년 전인가 안사람에게 좌판을 놓고 채소를 파는 할머니 물건을 살 때는 깎지 말라고 말한 적이 있다.
오늘은 싱싱한 시금치가 눈에 들어온다. 전부 사도 될 만한 양이다. “할머니 이것 전부 얼마예요?” 안사람이 물어본다. 5000원이라고 한다. 안사람이 5000원을 드렸다.
할머니는 시금치를 싸 주면서 1000원을 도로 주신다. “1000원을 왜 주세요? 5000원 다 받으세요.” 주고받고 실랑이가 벌어진다. 할머니 고집에 안사람이 지고 만다. 일반 사람들은 1000원 정도는 통상 깎는 모양이다. 할머니가 생각하는 나름의 정가(?)가 4000원인가 생각했다. 이 얼마나 정직한 5일 장터의 인정이 있는 가격인가.
일출봉 등산을 주 1회는 간다. 매표소 앞에 오니 오늘은 주민등록증을 깜박 잊고 왔다.
아차 싶어 매표원에게 주민등록증을 못 갖고 왔으니 입장료를 내고 들어 가겠다고 하며 돈을 끄집어내니 성명, 주민번호, 주소를 불러 달라는 것이다. 불러 줬더니 입장권을 내 준다.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평범한 사회, 5일장에서 야채 파는 할머니의 양심의 정가와 매표원의 순발력으로 일출봉의 많은 방문객들….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친절과 배려와 너그러운 마음을 베푼다 생각하니 우리 국민의 생활문화가 업그레이드 돼 가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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