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증 편향에 정보 편향이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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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린, 제주대학교 전산통계학과 교수/논설위원

확증 편향. 자신의 신념이나 기대에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으로 일관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인간의 심리기제이다. 쉽게 말해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편향을 말한다.

확증 편향이 심할수록 불리한 정보를 무시함으로써 심리적 안정은 얻을 수 있으나, 상황판단과 소통에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확증 편향이 강한 집단은 약한 집단보다 응집력이 강하고 투쟁에 유리한 점도 있다. 우리 진영은 옳다는 신념이 투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확증 편향이 많이 발견되는 이유 중의 하나로 보인다.

여기에 정보 편향이 더해지고 있다. 정보 편향은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이지만, 이 글에서는 정보의 편향된 수집이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과거에는 정보의 소스가 비슷했었다.

예를 들면,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시간대에 TV 뉴스를 시청했었다. 같은 뉴스에 대해서 해석을 달리 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제공되는 정보 자체는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유튜브를 비롯해서 다양한 미디어들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는 자신이 선호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정보를 얻고 있다. 정보 수집이 편향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2005년 한 해 평균 18%였던 KBS ‘뉴스9’ 시청률은 2019년 상반기 평균 11.5%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MBC ‘뉴스데스크’는 10%에서 3%, SBS는 7.6%에서 4.3%로 하락했다. MBC는 작년 7월 하루 광고 매출액이 1억4000만원을 기록한 날까지 나오면서 “임직원 1700명의 지상파 방송사가 여섯 살 이보람 양의 유튜브 방송과 광고 매출이 비슷해졌으니, 경영 위기가 아니라 생존 위기”라는 성명(MBC 노동조합 7월 26일)이 나왔을 정도다.

반면에 유튜브는 약진하고 있다. 작년에 국내 이용자가 4000만 명을 넘어섰고, 1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이 1275개에 이르렀다. 소비자들이 TV에서 유튜브로 이동하고 있다.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서 ‘주말의 명화’를 시청하던 시대에서, 각자 스마트폰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동영상을 시청하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유튜브는 구글이 운영하는 인터넷 서비스로 당신(You)과 브라운관(Tube, 텔레비전)이라는 단어의 합성어이다. 기본적으로 인터넷 서비스는 개인화 서비스를 지향한다. 개인화 서비스는 특정 개인의 취향에 맞추어 가는 서비스이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용자가 로그인을 하면 스포츠에 관한 정보가 제공되고 영화를 좋아하는 사용자가 로그인을 하면 영화에 관한 정보가 제공된다.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정보를 제공해서 구독률을 높이기 위함이다. 정치적으로도 특정 취향의 정보를 구독하면 유사한 정보들이 계속 제공되고, 결국 편향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확증 편향에 정보 편향이 더해진다면 소통은 더욱 어려워 질 것이다.

정치의 계절이 오고 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앞으로 많은 뉴스들이 만들어질 것이고, 다양한 해석들이 나올 것이다. 기억해야 할 것은 인간은 누구도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남의 안경에 색깔이 있다면 내 안경에도 색깔이 있을 것이다. 최소한 내 안경에 색깔이 없다고는 말하지 말자. 상대방의 의견에 편향이 있는 만큼 내 의견에도 편향이 있음을 인식하고 인정하는 것. 그것이 대화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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