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가 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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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악수는 사람과 사람이 처음 만날 때 가장 흔하게 하는 인사법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계 어느 곳에서나 통한다. 그런 점에서 ‘세계 공용의 인사’다. 한자론 ‘쥘 악(握)’자에 ‘손 수(手)’자로 구성됐다. 그대로 풀이하면 ‘손을 쥐고, 잡는다’는 의미다.

악수의 사전적 정의는 ‘인사, 감사, 친애, 화해 따위의 뜻을 나타내기 위해 두 사람이 각자 한 손을 마주 내어 잡는 일’이라고 돼 있다. 보통 오른손을 내밀어 잡는다는 부연 설명도 뒤따른다. 한 마디로 상대 손을 잡음으로써 친밀의 정을 느끼는 행위다.

▲악수는 기원전 5세기경 그리스 묘비에 새겨진 그림에 등장할 정도로 그 역사가 길다. 허나 시초는 분명치 않다. 그럼에도 ‘본래 싸울의사가 없다는 걸 알리기 위해 생겨났다’는 설이 유력하다. 즉 손에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악수를 했다는 게다.

일종의 선의(善意)를 보이기 위한 행동으로 시작된 셈이다. 이후 시대가 흐르면서 상황과 방식에 따라 반가움, 아쉬움, 약속, 감사, 우정, 신뢰, 위로, 격려, 화해, 축하 등 다양한 의미가 더해졌다. 어떨 땐 백 마디의 말보다 더 큰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에겐 악수는 떼려야 뗄 수 없다. 누구를 만나든 악수하는 게 기본이다. 하루를 악수로 시작해 악수를 끝나는 게 그들의 일상인 거다. 정치인들이 그만큼 악수를 많이 한다는 얘기다. 손목터널증후군이 그들의 직업병이 된 이유일 게다.

정치인들은 합의의 상징으로 손을 맞잡는다. 다른 한편으론 악수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인사하고 지지를 호소한다. 특히 선거철에 더 그러하다. 유권자들의 눈도장을 찍는 데 매우 유용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악수가 ‘표밭’ 관리의 최대 무기인 게다.

▲4·15 총선이 70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총선 풍속도를 바꾸고 있다. 감염 우려 탓에 유권자에게 다가서기보단 한 발짝 물러서는 게 선거운동이 미덕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환자 한 명의 손에서 나온 바이러스는 최대 6명까지 감염시킬 수 있다는 게 의학계의 전언이다.

악수를 꺼리는 현상이 퍼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친근함을 표시하는 악수가 오히려 민폐의 대상이 된 거다. 그로 인해 선거철에 횡행하는 악수가 사라지고 있다. 어쩌면 무심코 손을 내밀었다가 악수(惡手)로 돌아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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