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접’ 문화를 다시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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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혜경,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논설위원

공유경제에 대한 논의는 21세기 화두이다. 공유경제(共有經濟, sharing economy)는 물품을 소유의 개념이 아닌 서로 대여해주고 차용해 쓰는 개념으로 인식하여 경제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공유경제는 기존 자원을 소유하지 않고 빌리는 방식의 대안 경제 패러다임이다. 현재는 물건이나 공간, 서비스를 빌리고 나눠 쓰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기반의 사회적 경제 모델이라는 뜻으로 많이 쓰이기도 한다.

이 공유경제 개념의 시작은 1984년 하버드대학교 마틴 위츠먼(Martin Weitzman)이 작성한 ‘공유경제: 불황을 정복하다(The Share Economy: Conquering Stagflation)’는 논문에서 처음 언급되었는데, 1985년 미국의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대책으로 공유경제를 내세우게 되었다. 이처럼 공유경제 개념은 근대에 와서 이루어졌지만, 자원을 공유하는 전통은 한국 및 제주사회에서도 익히 존재하여 왔다. 대표적인 것이 ‘계’ 혹은 ‘접’ 문화이다. 현재는 자본주의 확산과 물자 풍족, 임금노동 구조로의 사회 변환을 겪으면서 거의 사라지고 있다.

『한국 민속학 세로읽기』에는 한국에 존재하는 계를 크게 상호 부조계, 친목계, 저축계 등으로 분류하고 수많은 계와 접들이 존재하였음을 말하고 있다. 제주지역에서도 여러 형태의 계들이 존재하여 왔다. 제주에서는 ‘계’라는 표현보다 ‘접(接)’이란 표현을 선호하였는데, 필자가 수집한 바로는 쌀접, 제상접, 그릇접, 김매기접(검질접), 화단접, 농기구접, 방목접, 돼지접, 돈(錢)접, 갑장접, 사모관대접, 궤접, 상여접, 장막접, 산담접, 따비접, 마소접(쇠접, 말접), 몰고래접(연자매접), 면 빠는 접, 술접, 뛔계접, (가마)솥접, 멜그물접, 그물제, 담상제, 단수계, 이불접, 단포접, 모대접, 가마접, 마포접, 모현접, 융사접, 서당접, 책접, 회음접, 강례접 등 무수한 형태의 접들이 존재하였으며, 제주 사람들은 여러 개의 접에 가입하여 활동하였다.

접 조직에는 임원들이 있었는데, 그 임원을 집강(執綱), 또는 차지(次知), 소임(所任)이라 부르고, 모이는 일을 ‘접 맨다’라고 하였다. 책접과 같이 그 규모가 클 경우에는 도유사(都有司) 혹은 유사(有司)라 칭하기도 하였다. 이 자발적 결사체인 ‘접’들은 대개 생업, 의례, 교육, 친목과 관련된 접들이었지만, 대소사 및 가족생계와 자녀학비 등 일시에 큰 돈과 물자를 마련해야할 때 함께 준비하고 나누는 일종의 공동저축 제도의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제주의 접 문화는 마을 단위 안에서 물자를 나누고 상호부조면서 사회 자본을 구축하는 사회안전망이자 마을 공동체 의식을 공고히 하는 매개가 되었기에 마을의 성격이 반영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접의 형태와 기능을 통하여 농촌 사회와 그 문화를 이해하는 지표가 되기도 하였다. 제주지역에서는 유독 남자들의 접보다 부인들의 접이 많았는데, 4·3시기를 지나면서 물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마을 공동체 재건 문제에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나서면서 나타났던 현상으로 보인다.

오늘날 공유경제는 대안경제로 떠오르며, 세계 공유경제 시장 규모는 연평균 78%정도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공유경제는 4차 산업의 중심이 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공유경제의 전통이 제주사회 생활문화 곳곳에 스며있었던 흔적들은 제대로 조명된 적이 없다. 제주의 생활문화 전통들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보는 일은 우리의 미래를 찾는 지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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