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님,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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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권일 농업인·수필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로, 지구촌이 공포에 빠졌다.

게다가, 나라 안 사정도 총선을 앞둔 전방위적 극심한 갈등으로, 내일을 예견할 수 없을 만큼 오리무중이다.

이처럼 시절이 하수상하다 보니, 보다 못한 하늘이 날씨에까지 어깃장을 놓는 것인가. 겨울이 한복판인데도 눈소식은 함흥차사이고, 청승맞은 겨울비 더욱 을씨년스럽다.

농민의 가슴이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해 죽을 쑨 감귤농사 때문에, 실망과 무력감으로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일당도 안 나오는 농사를 계속해야 할까, 불면의 밤이 잦다. 나이 탓인지도 모르겠다.

더욱이 진이 다 빠져버린 나무에 매달린 채, 해를 넘긴 감귤들을 속절없이 내다보며,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안타까움에 절망한다.

이 노릇을 어찌해야 한다는 말인가.

금이야 옥이야 어르고 달래며 자식같이 키우고 가꾼 감귤들을, 저 차가운 빗 속에 방치해 두어도 된다는 말인가. 좌고우면(左顧右眄)할 일이 따로 있지, 어떻든 나무에서 열매를 따내기는 해야 할 것 아닌가.

그렇지만 속수무책(束手無策)이다. 속칭 밭떼기인 포전거래(圃田去來)를 해버렸기 때문에, 명색이 농장주이지만 이제 와서 어쩔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제때 수확을 안 하면 해거리, 올 가을 흉작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해서 더욱 애가 탄다.

그렇다고, 상인들이 야속하다고 싸잡아 욕할 수만도 없다.

한 집 건너 이웃사촌인 그들이라고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 마냥 수확시기를 늦추고 마침내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을까.

그들도 몇 푼이나마 시세차익에 기대를 걸고 계약을 했다. 그런데 시세가 좋지 않아 차일피일 출하를 미루다가, 결국 인건비도 건지지 못할 가격폭락에 수확을 포기했음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지구온난화의 징후를 두려움으로 응시하며,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라는 말을 절감한다. 하늘의 도움 없이는, 제 아무리 애써 보아도 원하는 결실을 얻을 수 없다는 선대의 경험칙(經驗則), 뼛속을 파고 든다.

그런데, 요 몇 년 동안, 하늘이 해도 해도너무하는 것 같아 원망스럽다.

작년만 해도 크고 작은 태풍과 잦은 비날씨로 농장이 물에 잠기고, 방제 적기를 맞추지 못해 병해충이 창궐했다. 결국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감귤가격폭락으로, 농가들의 시름이 심연(深淵)보다 깊었다.

그리하여, 하늘을 우러러 간절히 기도한다.

하늘님이시여!

게으름 피우지 않고 더욱 땀 흘려 열심히 일하겠으니, 경자년 올해는 농민들 살림 좀 펴게 천혜(天惠)를 베푸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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