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찾아서-어른이 되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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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전애, 변호사/논설위원

지난달 국회의원회관에서 민주당 김해영 의원실에서 주최한 청소년 연설대전이라는 행사가 있었는데, 필자는 이 행사의 심사위원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이 행사는 이전 10회 동안 참석했던 청소년들이 다시 모여 재차 기량을 겨루는 날이었는데, 필자의 느낌으로 국회의원 상보다는 말 그대로 연설을 하고 싶어 나온 참가자들이 많은 것 같았다.

참가자들은 10여 분간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펼쳐냈다. 돌아가신 할머니께 배운 봉사정신, 본인의 희귀병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사회에 대한 불만, 대학생도 취업생도 아닌 20대 초반의 삶에 대한 사회의 차가운 시선 등등.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웃고 울다 자연스럽게 필자가 그 나이였던 시기가 떠올랐다.

필자는 고등학교때 이과생이었고, 처음 진학한 대학에서는 기계공학과를 다녔다. 그런데 아무래도 수학능력시험 성적에 비해 대학을 제대로 진학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반수를 결심하며 재수학원에 등록했다. 대학교를 자퇴하고 입시학원에 등록한 뒤에야 부모님께 사실을 말씀드릴 정도로 겁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재수에도 불구하고 수능성적은 고3 때보다 더 떨어졌다. 이미 학교는 자퇴한 상태여서, 결국 다른 대학교의 물리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런데 2학년이 되어 전공과목 수리물리를 배우다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고, 당연히 물리학 박사까지 할 것이라 생각했던 인생 플랜을 처음부터 다시 짜게 되었다. 방법은 하나 뿐, 또 다시 수능을 보며 문과로 전환했다. 그리고 새로 들어간 대학에서는 법학과로 진학해 무사히 졸업.

법대로 진학한 뒤에는 다행히 전공이 너무 재미있어서 공부하는 일이 힘들지는 않았다. 그런데 사법시험의 벽 앞에서 두 차례 실패했고, 수능을 여러차례 봤기 때문에 시험에 대한 노이로제로 당시 시작된 로스쿨에 들어와 변호사가 되었다. 지금은 어느새 변호사 9년차.

이 과정을 신문에 글로 쓰는 날이 올 줄이야.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아무것도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시험의 연속이었던, 아무런 미래가 보이지 않던 20대가 너무 지치고 힘들었다. 필자의 그 혼란한 기억을, 이번 연설대전 참가자들의 이야기 속에서 공감하며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이들도 나의 그때처럼 지치고 힘든 시기를 지나는 중이었다.

심사평을 하면서는 힘든 시기가 지나 웃으며 이야기하는 날이 올 수 있을 거라고,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멋진 척 말하고 왔는데, 생각해보니 필자조차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삶을 사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나름대로 안정적인 직업을 가졌고, 어느 정도 힘들지 않게 살 수 있는 위치에 올라온 것 같은데. 마흔이 넘은 지금까지 왜 늘 불안할까. 왜 무언가 더 해야한다고 느끼는 걸까. 내 꿈은 무엇일까.

어른이 되는 과정을 이제야 밟고 있는 것 같다. 정신없이 살아가는 날들 속에서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차분하게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최근 너무 바쁘다. 혼자있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지냈는데, 이제보니 마음에 감기가 있었나 보다.

필자의 이런 현 상황을 깨닫게 해준 연설대전 참가자들의 혼란한 청춘과 그들의 이루어가고 있는 꿈 그리고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응원한다. 그리고 청춘은 아니지만, 필자도 청춘의 마음으로 하나씩 다시 생각하고 다시 시작하는 2020년을 보내야겠다. 진짜 어른이 될 수 있도록, 꿈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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