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창궐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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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한자어 창궐(猖獗)은 미쳐 날뛸 창(猖)과 날뛸 궐(獗)로 이뤄졌다. ‘못된 세력이나 전염병 따위가 세차게 일어나 걷잡을 수 없이 퍼짐’을 뜻한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전염병이 제어하기 힘들 정도로 커져가고 있을 때 ‘전염병이 창궐했다’고 표현한다.

이채로운 건 창궐이 개 견(犬)과 관련된 글자라는 점이다. 창(猖)은 견(犬)과 창(昌)이 합쳐졌다. 개가 마구 날뛰는 것을 가리킨다. 궐(獗) 역시 견(犬)과 궐(厥)이 결합됐다. 개가 힘차게 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미친 개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모습이다.

▲전염병은 전염성을 가진 병들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곧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의 병원체가 다른 생물체에 옮아 집단적으로 유행하는 병들을 일컫는다. 돌림병이라고도 한다. 개인을 넘어 다수를 감염시키는 특징이 있어 인류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

그랬다. 인류는 전염병이 창궐할 때마다 두려움에 시달려왔다. 집단생활을 시작한 이래 수시로 전염병이 돌아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때론 인류문명을 송두리째 뒤흔들기도 했다. 전염병을 배제하고 인류의 역사를 얘기할 수 없는 이유다.

▲기록에 나타난 역사상 첫 전염병은 기원전 430년경에 유행했던 ‘아테네 역병’이다. 이로 인해 당시 아테네 인구의 3분의 1이 줄었다. 14세기 흑사병은 인류가 겪은 최대의 전염병으로 꼽힌다. 유럽에서만 최소 7500만명, 최고 2억명이 숨졌다고 한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에 만연했던 ‘스페인 독감’도 인류에게 치명적인 전염병이었다. 전 세계 5억명이 감염돼 5000만명 이상이 희생된 게다. 한반도에도 퍼져 14만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1918년 무오년(戊午年)에 발생해 ‘무오년 독감’으로 불린다.

▲전염병은 인류에게 피할 수 없는 적(敵)이다. 한데 의학기술이 발전한 21세기 들어서도 새로운 전염병이 창궐해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2002년 사스(SARS), 2009년 신종플루, 2014년 에볼라(Ebola), 2015년 메르스(MERS) 등이 바로 그것이다.

2020년 새해 초부터는 또 다른 전염병이 창궐해 지구촌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중국 전역을 휩쓴 데 이어 전 세계로 급격히 확산되고 있어서다. 11일 오전 9시 기준 감염 국가만 28개국에 달한다. 그야말로 ‘전염병의 시대’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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