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땅’ 파타고니아가 간직한 장엄한 풍경
‘바람의 땅’ 파타고니아가 간직한 장엄한 풍경
  • 제주신보
  • 승인 2020.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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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남미 피츠로이·세로토레 트레킹
세계 8위 면적 아르헨티나
남부 글레이셔공원 두 명산
피츠로이 봉우리
거센 바람과 구름에 휩싸여
세로토레 트레킹
빙하와 호수 어우러진 장관
피츠로이 트레킹의 마지막 지점인 해발 1200m 로스트레스 호수 앞에서 바라본 피츠로이 고봉. 이곳은 해발 3405m 피츠로이 고봉을 가장 가까이에서 조우하는 지점이다. 호수에서 200m 이상을 수직으로 치솟은 피츠로이 봉우리는 구름에 휩싸인 경우가 많다.
피츠로이 트레킹의 마지막 지점인 해발 1200m 로스트레스 호수 앞에서 바라본 피츠로이 고봉. 이곳은 해발 3405m 피츠로이 고봉을 가장 가까이에서 조우하는 지점이다. 호수에서 2000m 이상을 수직으로 치솟은 피츠로이 봉우리는 구름에 휩싸인 경우가 많다.

남미 대륙에 있는 아르헨티나는 면적이 세계 8위에 이른다. 이 광대한 땅의 남부에 있는 파타고니아 지역에는 글레이셔국립공원이 있다

이곳에는 안데스산맥 만년설이 녹아내려 빙하호수를 이뤘고, 거대한 빙원과 빙하 절벽들로 둘러싸여 있다. 지금도 인간의 손 떼가 덜 묻은 곳이다.

공원에 있는 두 개의 명산인 파타고니아 최고봉인 피츠로이(Fitzroy)와 세로토레(Cerro Torre)는 전 세계  트레커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전문 산악인들은 위험한 수직 바위산을 로프에 의존해 오르지만, 일반 트레커들은 두 명산 근처까지 다녀오는 두 개의 트레킹 코스를 걷는 것만으로도 극도의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각각 하루씩 당일치기로 산 밑에까지 올라가 호수, 빙하, 만년설을 둘러보고 내려오는 여정이다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의 관문인 엘 칼라파테에서 버스를 타고 북쪽으로 세 시간을 달리면 엘 찰튼 마을에 도착한다

트레킹 시작점이다. 이 마을에서 최소 23일을 머물면서 이틀간 트레킹을 하는 것이다. 두 코스 모두 하루에 10시간이 소요된다

멀리에 우뚝 솟은 설산들이 눈앞으로 가까워지며 시시각각 변해가는 운치는 대단하다

설산 바로 아래에 있는 만년설에 뒤덮인 빙하와 호수를 바라보면 넋을 잃기도 한다

대부분의 고봉 설산들은 아래보다는 봉우리 부분이 흰 눈과 빙하로 감싸있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파타고니아의 고산들은 봉우리는 벌거벗은 민둥산인데 반해 중턱 아래 부분들이 빙하로 둘러싸여 있다

갈색의 화강암 봉우리는 알몸 그대로 드러낸 채 아랫부분만 두터운 빙하가 둘러싸여 호수까지 이어져 있다

그런 풍경이 이곳이 바람의 땅임을 일깨워준다. 파타고니아의 거센 바람이 고산 봉우리에 내린 눈을 얼어붙게 할 틈도 주지 않고 주변으로 흩날려버리기 때문이다

또한 봉우리 부분들이 넓지 않고 송곳처럼 뾰족뾰족해 눈이 내려앉아 쌓일 만한 공간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피츠로이 트레킹은 거리는 2110시간이 소요된다.

해발 400m 엘 찰텐 마을에서 해발 1200m 로스트레스 호수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왕복코스다. 정상에 오르는 동안 파타고니아가 왜 바람의 땅인지를 온몸으로 실감한다

이마에서 떨어진 땀방울이 땅에 닿기도 전에 거센 바람으로 으깨지며 공중에 날린다.

피츠로이 트레킹에서 해발 1200m에 위치한 호수 전경.
피츠로이 트레킹에서 해발 1200m에 위치한 호수 전경.

정상인 로스트레스 호수 앞은 해발 3405m 피츠로이 고봉을 가장 가까이에서 조우하는 지점이다. 뒤를 돌아보면 파타고니아의 산과 강, 계곡 등 거친 대지가 장엄한 풍광을 보여준다

호수에서 2000m 이상을 수직으로 치솟은 피츠로이 봉우리는 구름에 휩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구름모자 벗은 봉우리 모습을 보고 내려가려고 한두 시간 기다리는 트레커들이 많다

세로토레 트레킹은 거리는 248시간이 소요된다. 해발 3128m의 세로토레 고봉 앞에 있는, 해발 630m의 토레 호수까지 다녀오는 왕복 여정이다. 해발고도 차가 약 200m여서 평지나 다름없다

세로토레 트레킹에서는 호수에 도착 후 거대 빙하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는 한 시간 여정이 하이라이트이다

호수 맞은편의 그란데빙하는 금방이라도 얼음 절벽을 허물며 호수를 덮을 듯 거대하다

호수 뒤에 펼쳐진 세로토레와 형제 봉들이 빙하와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빙하 바로 앞 마에스트리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구간은 매력적이고 역동적이지만 거친 바람에 맞서는 가파른 길이라 추락 위험에 주의해야 한다.

아르헨티나는 지구상에서 우리나라와 위치와 계절이 정반대이다. 남미의 여름철인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트레킹이 적기다. 여름이지만 바람이 많아 덥지 않고 시원하다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를 기억하는 이들은 엔딩 장면이 눈에 선할 것이다. 최후를 직감한 두 남자가 볼리비아 군인들을 향해 쌍권총을 쏘아대며 뛰쳐나오는 모습이 화면에 클로즈업된다

엘 칼라파테에서 엘 찰텐 마을로 가는 버스 정류장에서 이 영화 장면을 조우했다. 사진 속 얼굴은 영화에서 폴 뉴먼이 맡았던 실제 인물인 부치 캐시디. 영화의 원제목은 주인공 둘의 이름을 딴 부치 캐시디와 선댄스 키드사진은 당시의 현상 수배 전단지였다.

영화에서 캐서린 로스가 분했던 실존 여성과 함께 부치와 선댄스 등 셋은 남녀 3인조 은행 강도로 수배를 피해 미국을 탈출,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로 숨어들었다

몇 년을 숨어 살다 보니 그들이 도피해 살기에는 그야말로 지상낙원이었다. 마지막 한탕을 위해 볼리비아로 갔다가 군인들에게 사살되기 직전까지도 이들은 파타고니아에서의 멋진 제2인생을 꿈꿨을 것이다.

피츠로이·세로토레 트레킹은 100년 전 두 갱스터가 살기 원했던 곳을 대신 밟아보는 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