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택수, 서귀포예술의전당 관장
올해 1월 정기인사 때 서귀포예술의전당으로 발령받았다. 한 달여 짧은 근무 기간이지만 문화예술에 대한 도민의 갈망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공연을 취소하거나 연기가 불가피했다. 2월 공연 예정인 뮤지컬 ‘베토벤×클림트-운명의 키스’도 7월로 연기한다. 도민의 관심이 높았던 공연이라 아쉬움이 크다.
근무지가 서귀포예술의전당이라고 하면 지인들이 꼭 하는 말이 있다. 보고 싶은 공연이 있을 때 표를 부탁하겠다는 것이다. VIP 좌석을 미리 선점해 달라는 의미다. 티켓 예매 시스템상 그럴 수 없다고 완강하게 손사래를 쳐도 도대체 믿지를 않는다.
냉정히 생각해 본다. 좌석 선점이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친척이나 벗 등 가까운 이웃이 입장권 구매를 부탁한다면 단호하게 거절할 용기가 있을까?
대답에도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청렴은 거절할 수 있는 용기이다. 나는 단연코 “안 된다”고 말할 것이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노(NO)”란 답변이 돌아올 때 서운한 마음이 클지 모른다. 하지만 섭섭함보다는 공정함이 우선이 아니겠는가? 부정하게 좌석을 선점하는 방식은 직무를 벗어난 행위다. 금품수수 여부를 떠나 김영란법 위반이다. 공직자뿐만 아니라 청탁한 사람도 자유롭지 못 하다고 하는 것은 매스컴 등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공직자로서의 청렴은 ‘거절할 수 있는 용기’라고 나는 생각한다.
2020년 청렴도 평가는 더욱 진일보하리라 믿는다. ‘청렴한 서귀포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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