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묘
가묘
  • 제주신보
  • 승인 2020.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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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꽤나 좋아했던 배우가 무속인이 되었다고 소개된 적이 있다.  주인공은 아니었어도 개성 있는 연기는 감동을 불러냈다. 그가 방송에 나와서 하는 말이 신을 받으면 그 즉시 모든 것이 장면으로 보이는 줄 알았단다. 물론 우스개 소리지만 그들의 세계에도 각자의 방식이 있어 한마디로 정리하기에는 모순이 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특별한 능력이 있어 흉내 내기가 아닌 자신만의 것을 창조해낸다. 깨우침은 언제나 찰나이다

늦은 나이에 출가를 한 스님이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승가 대학을 마치고 개인 사찰을 지었단다. 속가의 인연이었지만 친분이 남달라 축하 겸 내려가니 분위기가 무거웠다. 충분히 이해를 구했지만 남편과 생이별을 한 부인과 자녀들이 있어 축하 박수를 칠 상황이 아니었다. 앉아 있기 불편해 일어서려는데 묘한 느낌이 들었다. 귀신의 방문이었다. 왁자지껄 손님맞이를 마무리하니 밤이 늦기도 했고 아침 행사에 참가해달라는 요청도 있어 숙소로 돌아와서야 아까부터 따라오신 분에게 안심하고 나오라고 했다. 그러자 중년 남성이 모습을 보였다

무슨 사연이냐 물으니 대뜸 술을 구해달라고 했다. 귀찮은 부탁이지만 몇 가지 음식을 장만해서 대접하니 술을 연거푸 마시더니 자신은 어부였는데 오래전에 익사를 했단다. 마침 내일 부인이 구순 잔치를 한다는데 그곳에 들러 자신의 뜻을 전달해 달란다. 머물 데가 없는 신세니 가묘를 만들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제사 날짜는 사실 알고 있는 날짜에서 이틀 후라는 이야기도 전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가족 이외에는 절대 모르는 비밀을 이야기하면 이 말을 믿을 거라며 딸 이름에 얽힌 사연을 알려줬다

해가 뜨기 전에 부지런히 수소문을 해서 찾아가 어젯밤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알렸다. 반신반의하다가 할머니가 직접 듣고 나서야 맞다고 했다. 할머니는 남편 제사와 본인의 생일이 거의 겹쳐 이번에도 그냥 지나칠까 했는데 주변 성화에 하게 됐다며 이제야 한을 풀 수 있겠다고 말했다. 본의 아니게 남아있다가 지관 노릇까지 해야 했다

요즘 묘를 파헤쳐 납골당으로 모시는 게 무슨 유행처럼 번지는데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때에도 나름의 원칙과 예법을 중시해보자. 돌아가신 조상에게 잘 하면 손해 볼 게 없다는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