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고교 신입생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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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이제 고교에 입학할 신입생 여러분, 축하합니다. 축하의 말 뒤로 사뭇 감회가 요동쳐 오네요. 이미 학생으로 10년의 시간을 쌓고 고교라는 새로운 계단에 올라선 여러분입니다. 얼마나 가슴 뛰고 벅찰까요,

오래된 문장이라 진부할는지요. 하지만 이 대목에 딱 들어맞는 역동적인 구절이 있지요.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민태원의 수필 〈청춘예찬〉 도입부로 생동감이 넘칩니다. 1930년대의 글이라, 일제강점기 암울한 그 시대를 살았던 청년들에게 용기와 기백을 북돋우려는 의도가 있었지요.

우리는 평화의 시대를 삽니다. 그 후 근 백년, 전쟁을 치렀고 이념적 갈등과 사회적 혼란 속에서 민주주의를 실험해 오늘의 계단에 올렸지요. 이웃인 중·일에 진일보한 것으로 막중한 성공신화입니다. 다소 나라가 어수선한데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긴장하고 있지만 잘 막아내 세계가 놀랄 겁니다. 이만 하면 나라의 미래가 밝게 다가오리라는 믿음이 있어요. 광장과 촛불의 정신을 저버리지 않으면 됩니다.

이제 여러분은 열일곱 살 어엿한 고교생입니다. 언젠가 한창 커 오던 길목에 주저앉아 끙끙 신음한 걸 기억하지요? 성장통이란 것, 아마 여러 날 밤을 새우며 아팠을 겁니다. 아픔 뒤의 성장은 놀라운 것이지요. 이제 여러분은 어제의 멋모르는 철부지가 아닙니다. 지난 1월의 뜰에 봉숭아가 피었댔어요. 꽃 뒤 털 보송보송 열매까진 갔으나 퍽 하고 터트리는 건 못 봤지요. 겨울인데 따습다고 여름으로 착각했던 것입니다. 한 생이 미완에 그쳤습니다.

고교생이 될 여러분, 여러분은 일찌감치 이 격변의 시대를 호흡해 온 신세대입니다. 이미 그만한 분별력과 판단력, 좀 더 나아가 내일을 미리보기 하는 예지의 눈을 번득이고 있으리라 믿어요.

새롭다는 것은 기존의 질서를 깨는 것입니다. 새로움은 꿈이 창조적 지향에 발을 놓을 때만 가능해요. 새로운 방향성으로 나아가려면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합니다. 파괴의 미학이란 거지요. 전통도 창조하는 겁니다. 창조에서 일탈한 건 구시대의 유물이고 고루한 인습(因襲)의 범주에 갇히고 말아요. 낡은 건 고정관념과 정체(停滯)에 머무를 수밖에요. 탈바꿈하려면 낡은 허물을 벗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창조의 주역으로 이제 바로 그 대열에 합류합니다. 축복이지요.

하나만 덧댈까요. 아마존 ‘피다한’ 사람들 얘깁니다. 굳이 깊은 아마존 정글이 아니더라도 우리 삶에는 고난과 위협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지요. 피다한 사람들은 처해 있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잠을 자지 않는 불편한 생활을 선택합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러한 상황을 여유롭게 그리고 유쾌하게 즐긴다고 해요. 이 점이 중요합니다. 우리의 삶은 어떻게든 계속돼야 하니까요. 정글의 뱀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는, 그래서 밤새 춤추고 노래하며 보내는 그들입니다. 참 긍정적이고 행복한 사람들 아닌가요. 우리는 뱀 걱정 없이 편히 잠 잘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너저분하게 늘어놓지 않으려 합니다. 3월 초면 고등학교 교문으로 들어서게 될 여러분, 꿈과 이상은 젊음만이 지니는 특권이고 최상의 가치입니다. 거침없이 성큼성큼 첫걸음을 내딛기 바랍니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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