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유감(遺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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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위원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바람 부는 갈대숲을 지나/ 언제나 너를 언제나 나를/ 기다리던 너의 아파트/….’

가수 윤수일이 1980대 불렀던 노래다. 갈대숲이든, 감자밭이든 모두가 아파트 부지로 변하던 시대였다. 1980년대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높은 곳에서 보면 성냥갑 같은 아파트가 속속 건립되고 있다.

▲사실 아파트는 가난한 이를 위한 건물이다. 19세기 산업혁명이 일어난 영국에서는 시골 출신들이 일자리를 찾아 대거 공장이 있는 도시로 몰렸다. 이들 가난한 노동자를 위해 지어진 건물이 근대식 아파트다.

▲우리나라의 단독주택은 대문이 있고, 마당을 지나 현관이 있는 경우가 많다. 대문과 현관 사이에 공간이 있는 것이다. 가끔 누가 부자라는 얘기에 “그럼 대문과 현관 사이의 길이가 100m쯤 되냐”며 웃기도 한다. 아파트에 살면서 이 공간의 중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다. 많은 아파트는 사람들이 복도를 통해 창문 앞까지 돌아다닐 수 있도록 지어졌다. 그러다보니 불쾌한 일이 벌어지곤 한다.

예전에 다른 집에 가야 할 일반적이지 않은 잡지, 또 누군가가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식기 세트가 문 앞에 놓여 있었다. 잡지는 개인정보가 담겨 있어 우편물 함에 넣어줬고 식기세트는 호수만 있어서 관리사무실에 갖다 준 적이 있다.

때로는 특정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초인종을 눌러 자신들의 종교를 믿도록 하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 인구밀도가 높은 인도나 파키스탄에 가서 그런 선교 활동을 하면 성공의 확률이 좀 높지 않을까. 그래도 최악은 새벽에 막무가내 문을 열라는 사람들이다.

최근의 일이다. 새벽 3시에 창문을 두드리며 문을 열라는 사람들이 있었다. 술도 덜 깨고 화가 나서 욕을 한 후 112에 전화해 상황을 얘기했다. 그리고 복도에 나가자 창문 두드린 2명은 다른 곳으로 가고, 경찰관 2명이 찾아왔다. 경찰관과 함께 밖에 나가자 창문을 두드린 2명 중 한 명이 있었다. 그런데 그가 경찰이라는 것이다. 화가 더 났다. 경찰이 왜 새벽 3시에 남의 집 창문을 두드리며 문을 열라는 것인가.

내가 사는 아파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나는 전혀 모른 상태였다. 지금도 모른다. 무턱대고 새벽 3시에 남의 집 창문을 두드리며 문을 열라는 말밖에 들은 게 없다.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이런 경우 신문 사회면 제목에서는 ‘경찰이 물의를 빚었다’고 표현하고, 옛 제주사람들은 ‘이게 말이냐 보말이냐’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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