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의 몰락
비닐의 몰락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강종호 수필가

유난히 포근한 겨울에 맞이한 설. 시간의 흐름이 진정 화살보다 빠르다는 생각도 잠시, 내외 둘만 살아 조용하던 집안이 오랜만에 모인 가족과 친지들의 웃음으로 생기가 넘친다. 참 보기 좋고 흐뭇한 광경이다.

그런데 음식 준비로 바쁜 아내의 모습이 안쓰러워 쓰레기라도 분리해서 정리하려는데 그 양이 꽤 된다. 선물 받은 과일 상자며 시장에서 산 물건들을 담아 온 비닐봉투를 비롯한 각종 포장지들이다.

그 중에서도 유독 비닐봉투에 눈이 간다. 쉬 썩지도 않을 텐데, 분리 배출하면 재활용은 제대로 될까 걱정이 앞선다. 아마도 우리들 일상에서 늘 접하는 정말 요긴한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비닐(vinyl)은 아세틸렌에서 얻은 합성수지를 일컫는다. 이 비닐로 봉투를 만들어 사용한 것은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종이봉투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나무들이 벌목되어 산림이 훼손되고, 잘 찢어지며 수분에 약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1965년 스웨덴의 한 공학자가 만들어낸 것이 비닐봉투다. 환경 파괴를 우려하여 개발한 물건이 오히려 환경오염의 주역으로 변모하였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농산물 다수확을 위해 사용하는 멀칭용 비닐 역시 사용 후 소각을 하거나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결국 토양을 오염시키게 된다. 물론 비닐만 그런 것은 아니다. 플라스틱 용기 또한 저렴하면서도 생활에 적잖은 편의를 제공하지만 뒤처리를 잘못하면 큰 재앙을 일으킨다.

거북이와 고래상어를 비롯한 수중 동물들이 비닐봉지나 미세 플라스틱을 삼켜서 폐사하는 사례들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각종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류의 쓰레기들이 강을 통해 바다로 흘러가 태평양 한가운데에 거대한 쓰레기 섬을 형성하고 있다. 하와이와 미국 본토 사이에 위치한 이 쓰레기 섬은 1997년에 처음 발견되었으며, 이후 그 면적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니 실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태의 심각성은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와 같은 용어의 등장을 통해서도 실감할 수 있다. 쓰레기를 원천적으로 만들어내지 않는 생활 방식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 것이다. 불필요한 소비를 지양하면 생활 쓰레기가 줄어들 것임은 분명하다. 굳이 써야 한다면 재활용과 친환경을 염두에 두고 사용하여 비닐의 재도약을 기대해 보는 것은 어떨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