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전대제(釋奠大祭)의 가치를 일깨워야 한다
석전대제(釋奠大祭)의 가치를 일깨워야 한다
  • 제주신보
  • 승인 2020.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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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호, 21C제주유교문화발전연구원장/수필가

석전제란 공자(BC 551~ 479)의 공덕을 추모하여 올리는 정중한 제례의식을 말한다. 시대와 국적은 다르나 동아시아의 사상계를 이끌었던 중국의 고대 스승 공자를 따르는 후학 명현들까지 함께 배향(配享)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600여 년 전 고구려 소수림왕 시대 유학의 도입을 연원으로 태학(太學)을 위시하여 신라의 국학(國學), 고려의 국자감(國子監), 조선시대 성균관(成均館)으로 면면히 이어진다. 그러한데 석전행사를 봉행하는 과정에서 배향위수(配享位數)의 조정, 제향일정까지 몇 번 변경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성균관에서는 비로소 1953년에 오성(五聖) ‘공자·안자·증자·자사·맹자’와 공문십철(孔門十哲) ‘안연·민자건·염백우·중궁·재아·자공·염유·계로·자유·자하’, 그리고 송조육현(宋朝六賢) ‘주돈이·정호·정이·소웅·장재·주희’, 우리나라 명현(名賢)18위 ‘설총·최치원·안유·정몽주·김굉필·정여창·조광조·이언적·이황·김인후·이이·성혼·김장생·조헌·김집·송시열·송준길·박세채’ 등 39위를 배향, 매년 2월, 8월 첫 상정일(上丁日)에 제향을 드리고 있다.

제주향교는 조선 개국 당시 성균관과 동시에 설립한 유서 깊은 향교로 성균관과 동일하게 39위를 배향하고 있으나 문묘제례악이 빠진 상태의 중설위(中設位) 향교다. 그러나 정이향교와 대정향교에서는 공문10철과 송조2현을 제외, 27위만 배향하고 있는 소설위 향교라는 점이 색다르다.

특히 우리나라 명현18현은 불천지위(不遷之位)라 하여 후손들을 대신해서 국가(성균관, 전국 234개 향교 등)가 제사를 지내주는 자랑스러운 조상들로서 가문의 큰 영광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분들은 나라를 위해서 비리와 타협하지 않고 사리사욕을 취하지 않는 등 민족의 정신적 지주로 살다간 위인들이다.

석전대제는 갑오개혁 전까지만 해도 국가적인 행사였던 모양인데 지금은 그 의미가 쇠퇴했다. 당시에는 지방수령이나 관헌에서 헌관을 맡는 등 인식이 고조됐으나 지금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지역 유림들에 의해 어렵사리 맥을 이을 정도라 아쉬움이 남아있다.

더욱이 2019년부터 추계석전대제는 전국 유림총회의 결의에 따라 공자 탄신일에 봉행키로 했다. 이에 제주향교에서는 지난해 9월 28일에 추계석전대제를 봉행했으나 여타 향교에서는 8월 상정일에 종전대로 봉행한 바 있다.

공자 탄신 2571주년이다. 추계석전대제만큼은 공자탄신일에 도내 3개 향교 공히 동시에 봉행하고 분위기를 승화시킨다면 의미가 고조될 것 같다.

석전대제는 한평생 훌륭하게 살았던 선현들의 학덕을 기리고 나도 그와 닮은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는 교육도장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인류의 큰 스승, 공자는 정치가요, 사상가, 교육자이시다. 그를 추종했던 후학 명현들도 그와 못지않은 위인들이지 않은가. 극진한 예(禮)로써 엄숙경건하게 추모하는 것은 후세를 살고 있는 우리들로서 마땅히 행하여야 할 도리가 아닌가 싶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향교는 문호를 활짝 개방해 누구나 참관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또한 행정과 교육당국의 견인력은 더욱 중요하다. 올바른 삶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생생한 교육도장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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