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행방불명 수형인 유족들 재심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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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인 341명 달해...변호인단, 불법 체포.구금.고문 등 재판부에 제시키로
4·3당시 행불수형인 유족들이 18일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조속한 재심 재판을 진행해 달라며 요구하고 있다.
4·3당시 행불수형인 유족들이 18일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조속한 재심 재판을 진행해 달라며 요구하고 있다.

72년 전 제주4·3사건 당시 불법 군사재판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하다가 행방불명된 피해자 유족들이 18일 제주지방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유족들의 재심 청구는 전과자 신세로 구천을 떠돌고 있는 원혼들의 한을 풀어주고 명예회복을 위해서다. 재심 청구된 수형 피해자는 모두 341명이다.

행불 수형인들은 사자(死者)여서 직계가족이 청구 대리인으로 나섰다.

4·3의 광풍 속 제주에서는 1948년 12월과 1949년 7월 두 차례 재판기록조차 없는 불법 군사재판이 열렸다.

10대 소년, 젖먹이를 둔 아낙네, 글을 쓸 몰랐던 농부에게도 내란죄 또는 이적죄의 굴레가 씌워졌다. 당시 제주에는 교도소가 없어서 징역형을 받은 도민들은 전국 형무소에 수감됐다.

1999년 국가기록원에서 발견된 수형인 명부(2530명)에 따르면 사형 384명, 무기징역 305명, 나머지 1841명은 1~2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수형인 대다수는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집단 학살·암매장돼 행방불명이 됐고, 70년이 넘어서도 명예를 회복하지 못했다.

이날 재심 청구서를 들고 법원을 찾은 백여옥씨(79)는 “조천읍 북촌리에 살다가 산에 올라갔는데 귀순하면 살려준다기에 온 가족이 내려왔지만 아버지(백운기)만 끌려가 7년형을 받고 대전형무소에 수감됐다”며 “시신조차 찾지 못해 아버지 생일날 제사를 지내고 있다”며 울먹였다.

재심청구인 대표 김필문 4·3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장은 “여든 살이 넘은 유족들도 살날이 많지 않았다. 죽기 전에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법원은 빠른 재판을 진행해 달라”고 호소했다.

송승문 4·3희생자유족회장은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보상을 위한 4·3특별법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됐으면 고령의 유족들이 재심청구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재심 개시가 결정되면 피해자들에 대한 불법 체포와 구금에 이어 고문을 한 사실과 이들에게 형(刑) 집행을 요구한 군(軍) 공문서 등을 재판부에 제시하기로 했다.

재심 청구를 맡은 최낙균 변호사는 “재판이 열리면 피해자들이 강제로 연행되는 장면을 목격했거나 형무소 끌려갈 당시 상황을 유족들이 법정에서 진술하는 등 객관적인 사실을 입증해 내겠다”고 말했다.

재심 청구에서 50여 명의 유족들은 참여하지 못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형무소에 수감된 피해자들은 고향에 남아 있는 가족들이 연좌제로 불이익을 받을까봐 수형인 기록에 가명(假名)과 일부러 틀린 주소를 쓰면서 재심 청구의 기본서류인 가족관계증명서가 서로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형무소에 끌려간 지 16년 만에 가까스로 살아 돌아온 정기성씨(95)씨 등 생존수형인 18명은 지난해 1월 제주지법에서 열린 재심 청구사건 선고공판에서 공소기각 판결로 무죄를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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