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산책로’에 발자국과 땀방울을 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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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안나푸르나 서킷 트레킹
흰 눈에 뒤덮인 집,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레킹 가장 선호
ABC 코스·안나푸르나 서킷
여름·겨울철은 트레킹 피해야
설원 원하면 2월·11월이 적기
해발 5416m 쏘롱라 정상 직전의 전경 모습. 정상에 이르는 동안 새하얀 설산들이 주는 천연 색감을 느낄 수 있다. 정상 건너편은 무스탕 지역으로, 무채색의 돌산만 보인다.

지구 나이 45억 년을 100으로 치면 히말라야가 생겨나기 시작한 건 100세가 시작되던 첫날이다. 테티스해(Tethys Sea)를 사이에 두고 적도 아래에 있던 인도 대륙이 북쪽으로 밀고 올라와 거대한 유라시아 대륙과 충돌, 두 대륙의 경계면이 울퉁불퉁 솟아올랐다. 사람들은 수천에 걸쳐 있는 충돌 경계지역을 흰 눈에 뒤덮인 집이라는 의미의 히말라야라고 이름붙였다.

히말라야는 인도 대륙 북쪽에서 중앙아시아 고원 남쪽을 동서로 길게 연결하는 만년설의 산맥이다. 이런 히말라야의 대부분을 품고 있는 나라는 네팔이다. 비스듬한 직사각형 모양의 네팔 지형에서 히말라야는 북서에서 남동으로 길게 뻗어 있다. 수도 카트만두를 중심으로 북서쪽에 안나푸르나, 남동쪽에 에베레스트가 위치한다

히말라야의 여러 루트들 중에서도 한국인들이 특히 선호하는 안나푸르나 트레킹에는 두 개의 선택지가 있다.

해발 8091m의 안나푸르나 정상은 전문 산악인들 몫이고 일반 트레커들에게는 해발 4130m인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nnapruna Base Camp)까지 올라갔다가 같은 길로 내려오는 약칭 ‘ABC 코스가 무난하다. ABC를 경험한 이들의 다음 목표는 안나푸르나 서킷(Circuit)’인 경우가 많다. 해발 5416m까지 더 높고 더 험한 길을 오르는 것이다

하늘 가까운 설산 봉우리들은 신들의 거처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보다 살짝 아래지만 안나푸르나 서킷의 정점인 쏘롱라(Thorong La) 고개를 어느 유명 작가는 신들의 산책로라 불렀다. 배낭 둘러매고 10여 일 동안 히말라야에 자신의 발자국과 땀방울을 길게 남기면서 인생에 흔치 않을 경이와 만날 수 있다.

안나푸르나 서킷은 크게 4단계로 구성된다. 카트만두에서 버스로 7시간 거리인 베시사하르에서 트레킹을 시작하면 고산 마을인 마당까지 90km1단계이다. 이어서 정상인 쏘롱라까지 21km2단계, 정상에서 좀솜까지 급격한 하산길 29km3단계이다. 마지막 4단계는 나야풀까지 완만한 내리막 70km인데, 차량과 먼지 등 악조건 때문에 이 구간은 생략하고 차량이나 항공편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1단계: 베시사하르~차매~마낭(90km. 5)

해발 820m인 베시사하르에서 3,540m 마당까지 스무 개의 크고 작은 고산 마을들을 지난다. 산간지방간 교역물품을 운반하는 길이다. 눈앞에 가까이 다가오는 히말라야 설산들의 위용에 감동과 전율이 지속되는 시간들이다. 모든 구간 중 가장 규모가 큰 고산 마을인 마낭에 도착하면 대개의 트레커들은 다음날 하루를 더 쉬면서 고산 적응을 충분히 한 다음에 다시 출발한다.

해발 5416m 쏘롱라 정상에 오르기 이틀 전의 베이스캠프 정경.

2단계: 마낭~야크카르카~정상 쏘롱라(21km. 3)

마낭까지는 1km당 고도가 평균 30m씩 완만하게 올라가지만, 이후부터는 1km60m에서 140m까지 급격하게 가팔라진다. 식물이 살아남을 수 있는 한계선이 지나 돌만 보이는 비탈길과 눈길만 보인다. 몸은 지치고 정신도 몽롱해지는 지점이다. 이와 함께 묘한 쾌감과 형언할 수 없는 설렘도 함께하는 구간이다. 정상인 쏘롱라에 오르면 10여 일 간 소진되어온 에너지들이 한순간에 보충돼, 온몸에 차오르는 듯 한 희열을 느낄 수 있다

3단계: 정상 쏘롱라~묵티나트~좀솜 (29km. 2)

해발 5416m 정상에 이르는 동안은 온통 설산이지만 천연 색감의 느낌이 있다. 하지만 정상을 넘어서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다. 무채색의 황량함 그 자체다. 무스탕 지역이 보여주는 특징이다. 해발 4,230m의 차라부까지 6km를 내려오면 급경사의 내리막은 끝이다

이후 완만한 구간 4km를 더 가면 불교와 힌두교가 공존하는 성스러운 마을 묵티나트가 나온다. 묵티나트는 해탈과 구원을 찾는 땅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네팔인들이 일생에 한 번은 오고 싶어 한다는 곳이다. 묵티나트부터는 차량이 다니는 도로가 시작된다

이곳부터 카그베니를 거쳐 좀솜까지 이어지는 19km 구간은 거친 너덜길 옆으로 가파른 절벽 구간도 있고 오고 가는 차량들로 인한 매연과 흙먼지 때문에 결코 편안한 구간도 아니다.

정상인 쏘롱라에서 하산을 시작하는 트레커들.

안나푸르나 서킷에 도전한다면 해발 3,000m에서부터 나타날 수 있는 고산병 증세에 대한 대비가 가장 중요하다. 다이아막스 등 고산병 약을 기본적으로 지참해야 한다

많은 거리를 욕심내지 말고, 해발 고도를 최대한 서서히 올려가는 것이 고산병 예방에 가장 중요하다. 음주는 삼가고 물을 많이 마시며 마늘 수프 등을 주문해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혼자보다는 2~4명 팀을 이루는 게 안전은 물론 경비면에서도 유리하다

트레킹 시기는 여름철을 포함하는 5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는 피하는 게 좋다. 겨울철인 12월부터 익월 2월까지는 폭설 때문에 막히는 구간이 많다. 트레킹을 하려면 봄 시즌인 3월 초부터 5월 중순까지 그리고 가을 시즌인 9월 중순부터 11월 말까지가 좋고, 히말라야의 설원을 안전하게 많이 밟기를 원한다면 2월 말이나 3월 초,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가면 된다.

<글·사진=이영철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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