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를 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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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언, 시인·수필가

자연은 계절의 바퀴를 자연스럽게 돌리며 순환하는 듯하지만, 나름대로 고난과 역경을 헤치며 나아가는 듯하다. 오랜 장마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든지 지속되는 가뭄으로 생명체의 생존을 위협한다든지 큰 태풍으로 인적·물적 피해를 입힌다든지. 그럼에도 기상 이변의 주범은 인간이라고 한다. 누구나 새겨들어야 할 말이 아닐까.

요즘은 전 세계가 코로나19에 관한 이야기로 들끓고 있다. 의학이 발달한 시대이지만 많은 생명이 사라지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 위생관리도 생활화돼 있다.

나는 봄을 맞으려면, 오래도록 감기에 시달리거나 꽃가루 알레르기로 오래 고생을 한다. 이번 달도 예외가 아니다. 독감예방주사의 효능인지 머리에 열이 나거나 기침은 나지 않는다. 대신 양쪽 코가 잔뜩 막혀 이 병원 저 병원 돌아다니며 처방전을 받아 복용했다. 완치의 단계에 접어들었는가 했는데 예상치 못한 질병이 나를 포박하는 것이다. 오늘로 꼭 2주일째, 죽음과 고투하는 중이다. 연일 설사가 이어지는 걸로 보아 장염이라 생각되었다. 내과 두 곳을 찾아 주사를 맞고 링거를 맞고 처방약을 복용했다. 그런데도 효험이 없다. 죽 몇 숟가락도 몸속으로 흡수되지 못하고 즉시 설사나 구토의 제물이 되어 버린다. 먹지 못하니 걸어 다닐 힘도 소진되는 것 같다.

우리의 삶의 기본적인 힘은 밥에서 나옴을 절감한다. 보릿고개를 건너며 살기 위해서 먹던 시류가 이젠 먹기 위해서 사는 느낌마저 든다. 먹방 프로그램을 보노라면 군침이 돌며 먹고 싶은 욕망이 온몸으로 퍼진다.

한발 비켜 생각하면 인간은 빵만으로 사는 게 아니다. 이념이나 가치관을 추구한다. 물질에 매몰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래서 다양한 정신 활동이 이뤄지고 문화예술이 발전한다. 지난해 나는 첫 수필집을 출간했다. 지인들과 문인들에게 발송해 드렸더니 축하의 인사말을 보내준 분들이 많았다. 답례로 자신의 쓴 책을 보내준 분들도 여럿 있었다. 고맙게도 금산 조용옥 서예가는 한시를 짓고 써서 보내 주셨다. 액자를 만들어 걸어 놓으니 거실이 환해지고 나를 일으켜 세우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올 1월 하순에 낯선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모 출판사에 들러 선생님의 수필집을 몇 편 읽고 깔끔하게 잘 쓰신다면서 비행기를 태우더니, 자신이 발행하는 문예지 창간호에 책 광고를 해 주시면 큰 힘이 되겠다는 간청이었다. 왠지 단번에 거절하지 못하고 그리하겠노라 대답을 했다. 문학인이라면서 내게 전화하기 전 얼마나 많은 망설임이 있었을까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나는 얼마를 입금하고 나서 문자를 보냈다. ‘첫 마음 큰 뜻 이루소서.’

오직 순수한 마음으로 미지의 사람을 조금이라도 북돋을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어떤 문예지가 보내올지 궁금하고 설레기도 한다.

이런 생각을 하기엔 몸 상태가 좋지 않다. 진료의뢰서에는 ‘상세불명의 세균성 감염, 마비성 장 폐색증’이라고 적혀 있다.

생명보다 귀중한 것은 없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말을 입에 달면서도 실천이 어렵다. 체질적으로 약한 위와 장을 튼튼히 하기 위해서 더 노력해야 할 거 같다. 코로나19도 박멸하여 위생적 생활습관이 자리매김하기를 빈다. 봄이 눈앞이다. 기지개를 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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