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과 유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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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전염병 역사에서 온갖 누명을 쓴 대표적인 민족으론 유대인을 들 수 있다. 14세기 중엽 흑사병은 유럽 전역으로 퍼지면서 많은 국가와 도시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그때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넘게 사망했다는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다. 슈퍼전파자는 쥐벼룩이었다. 페스트균에 감염된 쥐에 기생하는 벼룩이 사람을 물면서 대재앙은 확산됐다. 의학이 발달하지 못했던 당시엔 이를 알지 못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피를 뽑고 오줌 목욕을 하는 등 미신에 기댔다. 그러면서 ‘마녀사냥’을 펼쳤다. 대상은 유대인이었다. 악마와 손을 잡고 흑사병을 퍼뜨렸다며 수많은 유대인을 화형에 처했다. 괴담이 희생양을 만든 것이다.

▲전염병이 발생하면 무서운 것은 대중의 심리다. 불안과 공포심이 커지면 소문과 괴담을 자가발전하고 부풀린다. 이게 심하면 화풀이 대상으로 희생양을 찾기도 한다. 그래서 질병과의 방역보다 심리전이 힘들다고 하는 것이다. 2015년 메르스 때도 그렇고, 지금도 경험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오면서 한국에 대해 빗장을 걸어 잠그는 국가가 생겼다. 이스라엘 등 여러 나라가 이동 제한 조치(입국금지·비자 발급 중단·여행자제 권고)를 취했다. ‘코리아 포비아(한국 공포증)’ 현상이 우려된다.

국내에선 ‘특정 지역 포비아’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기에 권영진 대구시장이 23일 언론과 정치권에 “대구를 조롱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오죽했으면 뼈있는 호소를 했을까 싶다. 권 시장은 “코로나19가 방송과 언론, SNS를 장악하면서 ‘대구 폐렴’, ‘대구 코로나’, ‘대구 방문’, ‘대구 여행’이 바늘과 실처럼 따라다니고 있다”며 “‘우한 폐렴’이 아니듯 ‘대구 폐렴’이 아닌 ‘코로나19’”라고 했다. 옳은 지적이기에 태클을 걸어선 안 될 것이다. 대구·경북이 힘내야 지금의 국난을 극복할 수 있다. ‘누구 탓’ 공방보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흑사병 대유행 때 전염병 자체에 의한 피해가 적었던 민족은 또한 유대인이다. 전염병에 대한 대응책이 몸에 배었기 때문이다. 율법을 통해 다른 유럽인에 비해 정결한 예법을 지켰다. 외출했다가 집에 오면 옷과 신발의 먼지를 털고, 기도 전에 반드시 온몸을 닦았다. 이상하다 싶은 고기나 음식을 금했다. 전염병 환자를 냉정하게 격리했다.

한마디로 개인위생 수칙을 잘 지킨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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