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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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숙 제주복식문화연구소장

아침마다 온 국민이 촉각을 곤두세우며 밤새 안녕했는지 뉴스에 귀를 기우린다. 가슴 졸이며 속도 상하고 안타까운 마음과 두려운 마음, 걱정 등이 뒤섞여진 아침이다, 세상이 온통 바이러스로 인해 꽁꽁 얼어붙고 있지만 이런 상황 속에도 자연은 묵묵히 그 자리에서 제 할 일을 하고 있음을 보게 되는 아침이기도 하다. 생명력을 잃은 것처럼 보였던 가지에도 움이 트고, 어떤 나무는 꽃망울을 터뜨리며 지난해 수확이 어떠했든지 모두 뒤로 하고 새로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작은 텃밭에 채소를 키우고 있는데 연속해서 실패했던 것이 차곡차곡 쌓여 교과서가 되고 있다. 작년 가을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당근 씨앗을 늦게 파종했더니 이제야 겨우 잎사귀를 구경할 수 있고, 시금치도 마찬 가지로 자세히 보아야 시금치임을 알아 볼 정도의 크기밖에 크지 못했다. 배추는 김장용이라고 씨를 뿌렸는데 종자를 잘 못 샀는지 아직도 땅바닥을 겨우 가릴 정도다. 파종 시기를 놓치고, 잘 못 선택한 씨앗으로 파종은 했으나 수확은 없다. 씨앗 파종에도 시기가 있는 것이고, 뿌린 씨앗대로 거둬들이는 것도 당연한 자연의 순리인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파종한 씨앗은 포기배추가 아니었는데 포기배추가 나오길 기대했던 것처럼 우리의 삶도 뒤돌아보면 파종한 씨앗은 생각하지 않고 원하는 열매만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심은 대로 거둬들이는 자연의 이치가 오늘 따라 마음을 무겁게 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우리가 파종한 씨앗에서는 어떤 결실을 거둬들였을까? 길가에 피어난 작은 들꽃들이지만 보는 우리에게 예쁜 미소를 머금게 하듯이 우리의 작은 몸짓이, 우리의 언어가 누군가에게 다시 일어설 힘이 되는 그런 결실은 있었는지, 혹여 아픔을 안겨주는 결실은 얼마나 될까 생각할수록 마음이 무겁다.

우리가 한 만큼 언젠가는 돌아온다고 한다. 설령 내게 돌아오지 않더라도 미래에 돌아올 결실이라면 오늘 내가 파종할 씨앗은 어떤 씨앗인지 선택에 신중해야 함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다. 파종한 씨앗이 금방 결실을 맺는 것도 있지만 몇 년 혹은 그 보다 더 오래 해가 거듭할수록 좋은 성분이 더 많아져 귀한 약재가 되어 생명을 살리는 씨앗도 있다.

누군가가 누리지 못한 이 귀한 시간에 두 손 가득 쥐고 있는 씨앗 중에 어떤 씨앗을 파종할지 각자의 몫이지만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되는 그런 씨앗을 파종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더 바람이 있다면 우리의 수고로움으로 다음세대들이 더 좋은 세월을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씨앗을 파종하는 우리 모두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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