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강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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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국, 제주테크노파크 용암해수센터장/논설위원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하 코로나19라 함)로 온세계가 떠들썩하다.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온 국민이 관련 보도와 기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대중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언론 보도의 열기가 후끈하다. 시시각각의 속보를 확인하기 위해 스마트 폰에 집중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가뜩이나 스마트 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사람들이 더 바빠진 양상이다. 사람들의 대화도 시종일관 코로나19에 집중된다. 보통의 사람들은 정치에 대한 관심보다 생명, 건강에 대한 관심이 더 높음을 느끼게 된다. 정보에 대한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것인지, 공급이 있으니 수요가 발생되는 것인지, 순서야 어떻든 정보의 수준에 대해서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언론상의 보도수준을 살펴보면, 일반 국민이 이런 정보까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기사들이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진자가 어느 지역에서 몇 명에서 몇 명으로 늘어났다’ 정도면 당연히 관심을 가지고 시민들은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으리라 본다. 그렇지만 ‘코로나바이러스의 염기서열’까지 알아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언론이 사실을 사실대로 알리는 수준을 넘어 지식을 가르치는 수준까지 확장되어 버린 느낌이다. 의사나 생화학자 등이 알아야 할 내용이 일반인까지 알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정보는 비단 언론을 통해서만 획득하지는 않는다. 너무도 다양한 매체 특히 SNS의 위력 또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제 우리는 관심의 영역을 넘는 정보까지 습득하게 되어 버리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스마트 시대이기에 정보 접근성은 그야말로 스마트하게 발전되었다. 직장 동료나 친지들과의 대화 수준은 가히 전문가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서 대다수 사람들의 대화 주제가 내 의도와는 다르게 이미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내 지식의 한계는 대화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게 된다. 정보를 모르니 대화에 참여할 수 없는 것이고, 대화에 참여하지 못함은 곧 사회적, 문화적 격리를 야기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지식 강요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보 또는 지식을 알지 못하면 대화의 참가자격이 주어지지 않기에 스마트하게 정보를 습득해야만 하는 것이다. ‘정보의 홍수’라는 표현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적이 있다. 정보의 생산량은 급격하게 늘어나는데, 이를 받아들일 수요량은 한정적 이었던 것이다. 이제 정보의 홍수는 정보의 접근성 문제를 넘어 오히려 정보 습득을 강요하게 되었고 그 필요성에 대한 성찰도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한편에서는 ‘데이터 단식’이란 표현이 심심찮게 거론되는 상황이다. 내 관심의 영역을 넘는 데이터 흡입이 여러 가지 폐해를 낳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고, 내 의도와 상관없는 무분별한 정보의 습득은 더욱 폐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일정기간, 일정범위의 정보를 멀리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파레토 법칙을 적용해 본다면, 20%의 전문가에게 필요한 정보를 80%의 일반인이 굳이 알 필요가 있을지는 고민이 필요한 일이다. 80%의 전문가에게 필요한 정보가 언론을 도배하는 것은 더욱 문제가 아닐까 싶다. 정보 접근성이 스마트해졌기에 접근성의 단계에서부터 스마트를 강요당하고, 정보습득까지 강요당하는 80%의 일반인이 더 늘어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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