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봉’이가
우리가 ‘봉’이가
  • 제주신보
  • 승인 2020.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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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가마 밑이 노구 솥 밑을 검다고 한다’는 속담이 있다.

한 군데에 자리 잡아 계속 불을 때야 하는 큰 가마솥이 자신이 새까맣게 그을린 것을 모르고 놋쇠나 구리로 만든 작은 노구솥이 검다고 비웃는다는 뜻이다. 자신의 허물이 훨씬 많은 데도 남의 흠을 본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같은 의미의 속담으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가랑잎이 솔잎더러 바스락 거린다고 한다’는 말이 있다. 지금 중국의 태도가 이와 다를 바 없다.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우리나라는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중국 전 지역 입국 금지를 요구하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전면 봉쇄를 취하지 않았다.

중국이 이미 후베이성을 봉쇄한 후인 지난 4일에야 우한이 위치해 있는 후베이성 지역에 한해 입국 금지를 취했을 뿐이다. 시진핑 주석의 방한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어쨌든 한국 정부는 지금(26일)도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에 부정적이다. 오히려 우리 정부와 지자체들은 중국에 마스크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20일 시진핑 주석과의 전화 통화에서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며 “가장 가까운 이웃인 중국 측의 노력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자 한다”고 위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중국어로 “우한짜요!(武漢加油·우한 힘내라)”, “중궈짜요!"(中國加油·중국 힘내라)”하는 응원 동영상을 제작, 코로나 19로 고통 받는 중국인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의 아낌없는 지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중국은 코로나19 사태가 점차 소강상태를 보이자 태도가 돌변하고 있다. 부산 주재 중국 총영사는 중국 유학생들의 한국 입국 연기를 권고했고, 중국의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한국, 일본, 이란, 이탈리아 등 4개국을 꼽아 “이 나라들의 예방 통제 조치가 느려서 걱정된다”며 훈수를 뒀다. 더구나 중국은 중앙정부 차원은 아니라고 하지만 지방정부들이 앞다퉈 한국인에 대한 입국 통제에 나서고 있다. 이 정도면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유분수’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한국인 입국을 통제하는 국가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26일까지 한국인 입국 금지국은 16개국, 입국 절차를 강화한 국가는 11개국에 달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봉’이 된 것 같아 참으로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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