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을 보는 눈
영화 ‘기생충’을 보는 눈
  • 제주신보
  • 승인 2020.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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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우리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석권했다. 4관왕으로 비영어권 초유의 쾌거다.

봉준호 감독이 세계 영화계 최고 반열에 등극했음은 물론, 대한민국의 문화예술 역량을 평가 받는 계기가 됐다. 나라가 들썩였고 온 국민이 감동해 들떴다. 지난 얘기지만, 한참 뒤 수상 소식을 듣게 되면서 그나마 영화를 봤기에 체면이 섰다. 관객 몇 백만이란 소문에 귀를 잘 기울였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기생충’의 함의를 나름대로 해석했었다. 이를테면 돈과 힘에 의해 마치 서로 다른 것처럼 살아가는 모습의 현실을 보여주려 했다는 것. 근거도 계획도 없이 큰 결과를 바라면 종국엔 다시 본래의 위치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 그래서 돈 하나에 사람의 성격이나 말투며 행동까지 좌지우지 돼 개인의 도덕성으로 정말 지켜야 될 ‘선’이 무시되는 이 시대를 풍자하려 한 것. 결국 모든 게 인과응보로 돌아온다는 교훈으로 귀결된다는 것….

영화 제목처럼 숙주가 있어야 하는 삶을 묘사하면서도 일부 부자들, 엘리트 집단, 금수저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반대로 저층민, 저소득, 못 사는 집안의 가족사를 그렸다는 시각도 없지 않았다. 1%도 안되는 경우를 보편화해 끌고 갔다는 얘기다.

실제로는 현실적으로 어렵게 살면서도 물질적 충족보다는 정신적 충족을 느끼면서 작은 것에 감사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영화는 ‘기생충’이라는 주제를 이끌어 가기 위해 서민층 가운데서도 가장 못 사는 도시서민의 집안을 끌어들임으로써 하층민을 비하했다는 것이다.

기생충이 성충이 돼 숙주를 공격한다는, 큰 맥락에서 볼 때, 빈부 격차 혹은 지배층과 피지배층으로 나눠 살펴야 가시적 해석이 될 것이란 생각을 하게 했다. 그러니까 ‘기생충’은 수직적 배열의 영화다. 수직과 하강의 이미지 그리고 수평의 이미지, 위치가 변하면서 각 캐릭터들의 감정선과 계급도 변한다. 박 사장의 호화주택부터 기택 가족의 반지하, 집이 상징적으로 많은 것을 매개한다. 빈부 차이가 극명한, 계급이 다른 두 가족의 사적 영역을 공유한 것이다.

시나리오의 원형은 소설적 결구의 틀에서 주제를 구체화하기 위해 계층적 대립이라는 갈등구조가 불가피했을 법하다. 어쨌든 세계적인 보편성을 얻었으므로 권위의 아카데미 작품상을 획득한 것 아닌가. 더욱이 4관왕이다. 우리에게 민족적 자긍심을 일깨워 준 기회가 됐음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한데 별안간 날아든 유쾌하지 못한 소식이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기생충’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는 게 아닌가. “올해 영화가 하나 있었다. 그들은 최고의 영화라고 말했다. 그들은 한국에서 온 영화를 수상작으로 발표했다. 그래서 내가 도대체 이게 뭐지라 말했다.” 자신의 치적 자랑을 늘어놓다 ‘기생충’을 언급했다 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같은 미국 영화가 상을 타기를 바랐다고 밝힌 그는 “여러분도 알다시피 한국은 무역과 관련해 우리를 죽이고 있다. 그들은 무역에서 우리를 때리고 ‘빌어먹을’ 영화로 아카데미상을 탔다.”는 데까지 갔다. 한국 영화에 대한 반감을 서슴지 않았다.

대선 유세라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발언이라고는 하나 용렬해 보인다. 최강국의 최고 지도자답지 않다. 한미동맹을 내세우면서 속이 까맣다. 이런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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