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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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양진 수필가

건강을 위해 매일 만보 걷기, 한 끼는 가족과 꼭 함께하기, 지적 활동을 위해 한 달에 책 두 권 읽기, 이기적인 방법이 아닌 정상적인 방법으로 돈 벌기….

세상을 살아가는 데 크든 작든 자신이 뜻하는 대로 나아가기 위해 계획을 세운다. 이를 실행하기 위한 일련의 원칙들은 스스로에게 건넨 다짐이며, 하루의 곤함도 털어 낼 긍정적 에너지이며,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말아야 할 나만의 고집이라 할 수 있다.

원칙을 세워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삶은 확연히 다르다고 한다. 행동해야 할 이유가 생기면 게으름과 거리를 두기 때문이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끝가지 밀고 나갈 수 있는 힘 또한 원칙에서 나온다.

하나 그것을 일관되게 지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매 순간 자기와의 싸움이다. 예기치 않은 아주 사사롭거나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종내 현실과 타협하고 만다.

어느 귀농한 농부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무농약 농사를 원칙으로 하는 분이었는데, 지난해 고추 농사에 탄저병이 들어 농약방 앞에서 주저주저하다 그 문턱을 넘었다고 한다. 그 후 그 밭이 꼴 보기 싫어 가기가 꺼렸다니 얼마나 자괴감이 심했으면 그랬을까.

고춧가루 판매할 때가 되자 그는 마음의 짐을 덜기 위해 솔직함으로 다가갔다. 광고 문구에 ‘탄저병 예방약 두 번 뿌렸습니다.’라고 썼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 ‘어쩔 수 없어서’라는 수식어를 넣었다. 그런데 그것도 켕겨서 다시 그 앞에 ‘올해는 날씨가 안 좋아’라고 덧붙였다.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낸 문구가 ‘올해는 날씨가 안 좋아 어쩔 수 없이 탄저병 예방약 두 번이나 뿌렸습니다.’이다.

농부는 이 문구를 완성해 놓고 바라보는데 참으로 인생이 구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본인과의 약속을 저버리자 이 핑계 저 핑계 대는 자신을 옹졸하고 마뜩잖게 여겼을 테다. 피하고 싶었던 그 순간을 숱하게 되‡l을 그.

원칙은 어긋난 길로 들어섰을 때 자신의 행동과 내면을 뒤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나침판처럼 가야 할 길을 가리킨다. 농부는 다시 들메끈을 고쳐 매듯 마음을 다잡으며 무농약 농사를 위해 안간힘을 내지 않을까 싶다. 그것은 그가 지켜야 할 고집이므로.

가끔 각종 미디어를 통해 남들뿐만 아니라 자신마저 속이는 것을 당연히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접한다.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필요에 따라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우는 사람, 자기 밥그릇을 고수하기 위해 말 바꾸기를 손바닥 뒤집듯 하는 사람, 과거의 잘못을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람…. 원칙 없이 눈앞의 이익에 급급한 나머지 약게 꼼수를 부리고 있다.

성취감의 만족도는 속도가 아닌 과정을 즐기며 갔을 때 더 크게 다가온다 한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이타성을 배제한 무조건 빨리 달려가는 것이 아닌, 비록 멀리 돌아가더라도 바른 길로 제대로 가는 것이리라.

지역의 일꾼들을 뽑는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다음 달로 다가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관심이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있다. 그렇다고 어물어물 넘길 일이 아니기에 TV나 신문 지면을 통해 꼼꼼히 살펴보며 후보들이 갖고 있는 원칙들을 유추하고 있다. 표를 의식한 번드르르한 공약보다 진정성을 갖고 도민 곁으로 다가오는 이에게 한 표를 주려 한다. 이게 선거 때마다 꺼내는 나의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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