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줄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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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사람들이 뭔가를 사거나 하기 위해 일렬로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흔히 ‘줄서기’라고 표현한다. 거기엔 먼저 온 사람이 먼저 한다는 선착순의 원칙이 깔려있다. 개인의 판단, 의지, 질서의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행위로 인간만이 유일하게 할 수 있다.

‘권력이 있는 사람이나 기관 등에 붙어서 친분을 맺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파생적인 뜻으로도 쓰인다. 한국사회에서 줄서기는 큰 위력을 발휘한다. 능력과 실력을 떠나 어느 줄에 서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리기 때문이다. 선거철에 더 그러하다.

▲줄서기는 일찍 온 순서대로, 즉 대기한 시간과 노력에 따라 자신의 차례가 주어진다. 어떤 누구도 그 순서를 건너 뛰어서는 안된다. 그렇게 하는 건 공평성과 공정성을 지키고, 이를 통해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가장 기본적인 공중 에티켓 중 하나다.

경제적 의미에서 줄서기는 과잉 수요를 반영한다. 다시 말해 실시간 수요가 실시간 공급을 초과하면 대기 열이 발생한다. 좌석이 한정된 버스에 타려는 승객이 많을 때가 그 예다. 물론 공급 부족, 일시적인 수요 폭증, 불공정 논란 해소 등의 요인도 작용한다.

▲줄서기는 한때 사회주의 경제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옛 소련(소비에트 연방공화국) 시절이 그렇다. 줄서기는 소련 국민들의 일상사였다. 어디를 가든지, 아무리 느려도 예외없이 줄을 섰다. 그럼에도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다. 생존문제가 달려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 소련 국민들이 생필품을 배급받기 위해 연간 400억 시간을 줄서기한다는 분석 결과가 그것이다. 약 3억명 인구 중 어린이, 학생, 노약자 등을 제외하면 1인당 연 200시간 이상 줄을 선 셈이다. 과거 동구권도 마찬가지였다.

▲요즘 제주를 비롯 전국 각지에서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한 줄서기가 이어지고 있다. 판매처마다 수 백미터 가량 길게 줄을 서는 마스크 대란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거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마스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량이 한계를 보이고 있는 탓이다.

문제는 몇 시간을 기다리고도 겨우 3~5장만 쥐어져 허탈감이 크다는 점이다. 그런데다 헛걸음을 치는 사례도 허다해 곳곳에서 아우성이 끊이지 않는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이 3일 “불편을 끼쳐 국민께 매우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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