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7’ 그리고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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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건, 제주특별자치도 사회복지협의회 사무국장

오스카상 4개 부문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위협한 라이벌 작품은 샘 멘데스 감독의 영화 <1917> 이었다. 개인적으로는 <1917>이 <기생충>의 자리를 대신했더라도 수긍하지 않았을까 하는 만큼 정말 오랜만에 만난 명작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1917>은 두 영국 병사가 고립된 영국부대에 공격 중지 명령을 전달하는 긴박한 임무 수행의 여정을 그렸다. 명령이 전달되지 못할 경우 1,600여 명의 아군이 몰살당하는 상황 속에서 두 병사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전쟁터 한복판을 숨 돌릴 새 없이 가로지른다. 목표는 오직 하나 ‘1600명 아군의 목숨을 구해내야 한다’. 2시간 가까운 상영시간 동안 끊일 줄 모르고 계속 이어지는 장면은 마치 내가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전쟁터를 내달리는 긴장감과 몰입감을 아울러 맛보게 했다.

현실세계 역시 스크린 속 전쟁터 못지않은 상황이다.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상향되자 도서관을 비롯한 공공시설이 휴관되고 어린이집이 휴원 하는가 하면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까지 개학을 연기했다. 한국 천주교회는 236년 역사상 처음으로 미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봄의 전령이던 프로축구와 프로야구 개막조차 연기되었다, 프로리그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사회복지시설도 휴관 조치에 프로그램 운영 중지 상태다. 자원봉사자들이 돕던 일들은 직원들이 도맡아 하고 있다. 거주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이나 어르신, 근무자들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그야말로 ‘오늘도 무사히’를 되내며 지내고 있다.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세계 각지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북남미 등 40여 국에 이르고 있어 가히 세계대전이라 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루하루 늘어나는 확진자 수에 사망자까지 더해 불안과 공포가 커지고 있는 만큼 이에 대처하려는 용기도 커지고 있다.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대구지역에서의 의료봉사활동을 위해 자발적으로 찾아가는 의료인들이 늘고 있고,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기부하는 이들이 늘고, 임대료를 낮추겠다는 건물주들의 동참도 늘고 있다. 국내 연구진에 의해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키트가 개발됐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1600여 명 아군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전쟁터를 내달린 <1917>의 두 병사처럼 저마다 단 한 사람의 피해라도 줄이고, 고통을 나누기 위해 몸을 던지고 있다.

‘희망’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 신종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하고 가장 강력한 백신인 ‘희망’을 만들어 가고 있는 우리는 끝내 이 전쟁에서 이길것이다.

샘 멘데스 감독은 1차 세계대전 때 서부전선에서 ‘메신저’ 임무를 수행했던 친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토대로 작품을 제작했다고 한다. 훗날 세계대전을 방불케 한 인간과 바이러스의 대결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2020년 오늘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대한민국의 의료인과 공무원들을 비롯한 국민들은 어떻게 그려질까? 분명 영화 <1917>의 두 병사 못지않게 인류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저마다의 책임을 완수하는 멋진 캐릭터로 떠오를 것이다. <2020>으로 이름 붙여질지 모를 또 하나의 명작 탄생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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