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가 뛰어 건넌 골짜기’가 보여주는 천하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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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차마고도 호도협 트레킹
차와 말이 교환된 길, 차마고도
잉카·밀포드와 세계 3대 코스
옥룡설산·진사강의 비경 백미
이른 봄·늦가을이 트레킹 적기
6~8월·겨울철은 안전상 위험
차마 객잔에서 중도 객잔까지 가는 길. 옥룡설산의 비경이 사진 왼편에 가려져 있다. 오른쪽 수직으로 뻗은 계곡 밑으로 진사강이 흐른다. 중도 객잔에서 앉으면 옥룡설산의 비경이 보이기 때문에 천하제일의 화장실로 유명하다.
 

세계의 지붕 티베트 고원. 고원에 사는 이들에게 먹거리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해발 4000m가 넘는 척박한 땅에서 가축을 끌고 물과 풀을 찾아다니며 유목민의 삶을 살아야 했다. 목축과 육식으로 단백질은 풍부했지만 채소가 모자란 만큼 비타민은 결핍이었다. 동쪽 헝돤 산맥 너머 먼 길로 들어오는 중국의 차()는 그들에겐 생명수나 다름없었다.      

티베트와 인접한 중국 쓰촨과 윈난 지역의 차()가 티베트 고원에 풍부했던 말()들과 물물 교환되던 오랜 옛길(古道)이 차마고도이고 그 길의 일부가 호도협이다. 차마고도의 여러 갈래길들 중에서도 쓰촨 성과 미얀마 사이의 좁은 구역은 삼강병류(三江幷流) 협곡으로 유명하다. 험준하면서도 특이한 지세가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지역으로, 유네스코 세계 자연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협곡 이름 그대로 세 개의 강이 나란히 흐르고 있다. 티베트 고원에서 발원한 누강(怒江), 란창강(瀾滄江), 진사강(金沙江)이 나란히 흘러 내려오다가 이 지역을 지나면서 각자의 길로 헤어진다. 이 삼강병류 협곡의 동쪽 가장자리 구역에 호도협(虎跳峽)이 있다. 남쪽으로 내려오던 진사강이 중원을 향해 동쪽으로 급히 방향을 트는 지점이다.   

합파설산(哈巴雪山, 5396m)과 옥룡설산(玉龍雪山, 5596m) 사이를 날카로운 칼로 깊게 잘라 살짝 틈을 벌려 놓은 듯 계곡은 깊고 가파르다. 그 갈라진 틈으로 밀려든 강물이 수천 년 세월을 흐르며 강바닥이 파이고 침식되어 높이 2km에 이르는 거대한 협곡으로 변했다. 그 옛날 포수에게 쫓기던 호랑이() 한 마리가 강물 한가운데 바위를 디딤돌로 단숨에 강을 건넌() 골짜기()라고 해 그 이름이 호도협이다.  

강과 계곡의 폭이 좁고 깊은 데다가 상류와 하류의 낙차가 수십 미터에 이르다 보니 물살은 거세고 난폭하다. 이 협곡에는 강 건너 옥룡설산을 바라보며 반대편 합파 설산의 능선을 따라 강과 나란히 이어진 22산길이 있다. 그 옛날 마방(馬幇)들이 무거운 짐을 등에 이거나 말에 싣고 생존을 위해 걸었던 차마고도의 한 줄기이다.     

말들의 배설물과 마방들의 땀방울로 얼룩졌던 그 길이 오늘날에는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트레커들의 발자국으로 다져지고 있다. 페루의 잉카 트레일과 뉴질랜드 밀포드 트랙과 함께 세계 3대 트레킹 코스 중 하나로 간주되기도 한다. 10여 개의 설산 봉우리들이 마치 아름다운 용 한 마리가 누워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옥룡설산은 서유기의 손오공이 옥황상제에게 벌을 받아 유폐되었던 산으로도 유명하다. 호도협 트레킹은 그 옥룡설산과 진사강의 비경을 다양한 각도로 만나며 걷는 꿈 같은 여정이다. 중국 소수민족들의 요람인 윈난성 여행의 백미이기도 하다.    

차마 객잔에서 여행객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는 이영철 작가.

첫날차오터우에서 차마 객잔까지(해발 1850m~2670m~2450m)

거리 12. 소요시간 6시간

호도협 관문인 리장 시에서 트레킹 출발지인 차오터우(桥头)까지는 차로 두세 시간 걸린다. 우리 기준으론 한 시간 거리지만 도로 여건이 워낙 열악하다. 호도협 입구 매표소에서 1인당 65원의 입장권을 사면 트레킹이 시작된다. 짙은 갈색의 흙탕물을 잔뜩 머금은 진사강이 계곡 아래로 도도히 흐르고, 강 양쪽으로는 가파른 능선을 타고 여러 갈래의 길들이 지그재그를 그리고 있다.      

부드러운 흙길을 따라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다 보면 중간 기착지인 나시 객잔에 도착한다. 매표소를 출발한 지 두 시간 반 정도 걸린다. 첫날 점심 먹기에 딱 알맞은 지점이다. 나시 객잔부터는 길이 험난해진다. 해발 2100m인 이곳에서 첫날 최고점인 2670m까지 올라야 한다. 오르막길이 지그재그로 스물여덟 번이나 굽이쳤다 하여 이 구간은 28 밴드라 불린다. 호도협 구간 중 가장 난코스이지만 장엄한 옥룡설산의 봉우리 부분들을 가장 가까이 만나는 구간이기 하다.      

아담한 오두막 하나가 있는 28 밴드 정상을 넘어 편안하게 하산길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계단식 밭 뒤편으로 하얀 벽의 웅장한 기와집 여러 채가 나타난다. 차마 객잔이다

짙은 갈색의 흙탕물을 잔뜩 머금은 진사강이 계곡 아래로 흐르고 있다. 중호도협 정경.

둘째 날 : 티나 객잔 지나 중호도협까지(해발 2450m~2080m~1600m)  

거리 12. 소요시간 7시간(중호도협 왕복 3시간 옵션 포함). 

차마 객잔에서 중도 객잔까지 5km는 호도협 트레킹의 하이라이트 구간이다. 오른쪽 거의 수직으로 뻗은 계곡 밑으로 진사강이 누런 흙탕물을 굽이굽이 쓸어 나르는 모습이 절경이다중도 객잔은 천하제일측, 천하제일의 화장실로 유명하다. 용변을 보려고 앉으면 탁 트인 네모 칸으로 옥룡설산의 비경이 보이기 때문이다. 수직의 절벽을 타고 흐르는 관음폭포는 호도협의 또 다른 백미다

12일 트레킹을 마친 이들은 티나 객잔에 배낭을 맡겨두고,  중호도협 계곡 바닥까지 마지막 힘을 들여 다녀오는 게 좋다. 고도차 거의 500m를 가파르게 내려갔다 다시 올라오기 때문에 꽤 힘에 부칠 수가 있다. 유유하게 흘러내려오던 진사 강물이 중호도협 구간에서 폭이 갑자기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거센 소용돌이 물살로 변한다계곡 바닥까지 내려가면 거대하게 요동치는 대자연과 맞닥트리게 된다.

호도협 트레킹의 적기는 이른 봄인 3, 4월 또는 늦가을인 10, 11월이다. 6, 7, 8월은 산사태나 낙석 등의 위험 요인이 많고, 겨울철 트레킹도 안전상 피하는 게 좋기 때문이다트레킹 후에는 리장 시내 관광은 기본이고, 장예모 감독의 인상 리장(印象 丽江)’ 공연 관람과 케이블카를 이용한 옥룡설산 관광도 필수코스나 다름없다

<·사진=이영철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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