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신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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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새로운 세상 혹은 개척해 나갈 세계, 신천지는 소망의 언어다. 꿈과 희망, 인간의 미래비전이 담겨 있다. 한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나라가 난리인데 그 중심에 다른 ‘신천지’가 자리를 틀고 앉아 놀란다. 코로나가 중국에 다녀온 그 집단에서 발원했음에도 대처하는 데 등 돌렸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건 사이비라는 사실이다. 말세와 영생을 주장하는 이 신흥종교를 기성 기독교는 단호하게 이단으로 분류한다. 이만희 총회장이라는 자가 며칠 전 14만여 신도들에게 특별편지를 보냈다. 이른바 ‘코로나, 요한 계시록 환난’. “어려운 일을 당하고 있으나, 말씀을 이루는 일이므로 참고 견디기 바란다.” 목전에서 심각하게 확산 전파되고 있는 바이러스 사태를 보며 “이 환난이 있은 후, 흰 무리가 나온다 했으므로 이것이 이루어지는 순리다.”라 주장했다.

그는 교인들에게 ‘약속의 목자’, ‘마지막 때의 마지막 선지자’라 불린다. 영계(靈界)와 교통한다는 그는 말세가 되면 재림하는 예수님이 14만 4000의 영과 함께 이 땅에 내려온다고 예언한다.

재난으로 나라의 밑동이 흔들리는 판국에 생뚱맞은 소리나 하고 있으니, 혹세무민도 분수가 있다. 외부의 시각으론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을뿐더러 분노케 한다.

13번째 확진자가 대구 신천지 교회에서 발생해, 감염이 가팔라 전국 확진자 대부분이 대구·경북지역에 몰려 있는 형국이다. 급기야 정부도 심각단계로 격상시켜 예방·치료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 작금이다.

방역 현장을 떠나는 사람도 있단다. “11일째 집에 못 들어갔다. 이런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몰라 암담하다.” 밀려드는 환자에 지친 모 간호사의 목소리다. 견디다 오죽 힘들었으면 그랬겠는가. 최근 들어 경북포항의료원 간호사 여럿이 잇따라 병원을 그만 뒀다 하고, 환자를 돌보다 실신한 의사도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위중한 수준을 넘어 한계다.

환자는 늘어나고 시설은 모자라고 죽음을 무릅쓴 격무에 의료진이 기진맥진해 있다. 코로나로 국민이 공포 속에 불안하다. 거리가 텅 비었고 사람들은 너나없이 마스크를 쓴다. 교회도 성당도 절도 문이 닫혔다. 호텔을 찾는 발길이 끊겼는가 하면 가게는 문을 닫고 시장도, 렌터카도 멈췄다. 봄인데도 경제가 꽁꽁 얼어붙었다.

다들 울상으로 죽을 맛인데 엉뚱한 소리나 해대는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기자회견을 가졌다. 국민 앞에 사죄 말씀을 드린다, 면목이 없다며 사과했다. 잘못된 점을 알고 있다 했지만 구체적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바닥에 엎디어 국민에게 두 번 큰절을 했으나 여론은 싸늘했다. “제사 지내냐?” 방송에 새어나온 날 선 악다구니다.

진작 협조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았더라면 감염을 최소화했을 테다. 많은 감염자가 나오게 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회견에서 취한 태도가 눈에 몹시 거슬렸다. 시종 마스크를 낀 채 말을 어물거린 것도 그렇거니와 버럭 소리를 내어지른 것, 퇴장하며 엄지척한 것. 면피하려는 형식적 사과일 뿐 진정성이 없었다.

어느 지자체에선 검찰에 즉각 수사를 촉구했다. 정부는 역학조사를 거부할 경우, 고발·고소 의뢰가 없어도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 삶과 생명이 심히 위협 받고 있다. 재난을 이겨 내려는 국민의 뜻에 배치되는 어떤 세력도 방임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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