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의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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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세계보건기구(WHO)는 보건·위생 분야의 유엔전문기구다. 그 헌장 전문에는 건강을 이같이 정의한다. ‘건강은 육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완전한 상태를 말하며, 단순히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이의 실현을 위해 WHO는 각종 질병퇴치는 물론 각국의 보건·의료 발전을 위한 재정지원과 기술훈련 등을 한다. 폭넓은 활동에 걸맞게 연간 예산이 수조원에 달하며 직원 수도 유엔본부 다음으로 많은 3500여 명에 이른다.

WHO는 1923년에 설립된 국제연맹 시절 보건기구의 업무를 이어받아 1948년에 발족됐다. 한국은 설립 이듬해, 북한은 1973년에 각각 가입했다. 유엔 산하 50여 국제기구 중 세계무역기구(WTO)와 국제노동기구(ILO)와 함께 역사가 깊은 3대 기구로 꼽힌다.

▲WHO는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세계보건을 지키는 파수꾼으로서 역할을 다해왔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에서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의 연이은 자충수는 WHO의 권위와 신뢰를 위협하고 있다.

그는 괴질이 우한에서 확산하는데도 창궐 초기 국제적 비상사태 선포를 거부했다. 중국 내부에서 초기대응 실패를 지적하던 때도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아낸다”고 옹호했다. 심지어 “중국이 아닌 주변 다른 나라들의 문제 때문”이라고 했다. 중국정부 대변인 같은 모습이다.

그러는 사이 문제는 악화일로다. WHO가 1월 말 코로나19의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한 달 만에 감염국 수는 22국에서 74국으로 3.4배 늘었다. 확진자 수도 9800명에서 9만900명으로 10배 가까이 불어났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의 중국 두둔은 이 나라가 10년간 600억위안(약 10조원)을 WHO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총장 선거에서도 지원을 받았다. 같은 맥락으로 일본 영해에 있는 크루즈 선박에서 확진환자가 무더기로 나왔을 때도 WHO는 이들을 일본 집계에서 뺐다. 같은 날 일본 정부가 WHO에 1000만달러(약 115억원) 지원 약속을 한 걸 보면 실로 ‘오비이락’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WHO가 돈 때문에 자긍심마저 내팽개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급기야 미국의 대표적인 청원 사이트에는 사무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청원이 빗발치고 있다. 의료와 방역이 정치에 휘둘리면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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