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다시 찾아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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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덕순 수필가

따스한 봄 햇살이 만물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겨우내 얼었던 대지가 풀리며 생명의 기운이 피어오른다. 꽃과 나무들은 여린 잎을 틔우며 대지를 푸르고 화사하게 물들일 채비다. 마음은 아직도 움츠린 상태지만 새봄은 어김없이 우리 곁에 와있는 듯하다. 이제 봄비라도 내리면 풀과 나무들은 싱그러운 꽃망울을 터뜨리며 우리의 몸과 마음에 새 기운을 북돋아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우리의 삶은 음습하고 암울한 동굴에 갇혀 있는 듯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 탓이다. 밖으로 나가는 것은 고사하고 숨쉬기조차 마음 편치 않은 게 현실이다. 식당을 비롯한 각종 점포나 관광, 교통, 숙박시설 할 것 없이 고요 모드다. 사람들이 밖으로 나돌아 다니지 않으니 도시의 활력이 사라졌다. 그야말로 지역 경제가 올 스톱 상태다.

어디 경제뿐이랴. 시민들의 모든 생업 활동과 정상적인 일상이 마비 상태다. 생활이기보다는 생존의 힘겨운 몸짓일 뿐이다.

그렇지만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온다.’고 했으니 머잖아 우리의 삶도 정상을 되찾을 것이다. 설령 누가 우리의 안전을 돌봐주지 않더라도 우리 스스로 제 건강을 지키며 그날을 맞이해야 한다.

마스크와 장갑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밖으로 나섰다. 거리는 오가는 사람 없이 한산하고 식당이나 가게 앞도 찾는 사람이 없다. 마비된 지역경제를 체감한다. 재래시장도 사람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관광객들과 손님으로 북적일 시간에 찬바람만 매정하다. 그나마 장바구니를 든 손님 한둘도 사람 만나는 게 부담스러운지 필요한 물건 한둘 골라 서둘러 발걸음을 옮긴다. 사람의 발길이 끊긴 시장. 상인들은 오지 않을 손님을 기다리며 멍하니 넋 놓고 앉아있다.

유대인들이 즐겨 읽는 지혜서 ‘미드라시(Midrash)에 이런 글귀가 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 즐거울 때 교만하지 말고, 절망에 빠졌을 때도 용기를 잃지 말라는 경구로 받아들인다. 나치가 유대인을 학살할 때도 이 글귀를 되뇌며 용기를 잃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 또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협과 공포에도 꿋꿋이 견뎌내야 한다. 낙심이나 원망보다는 우리를 좀 더 단련시키기 위한 시련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인상도 펴고 어깨도 활짝 펴서 서로를 다독이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내면의 활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어떤 고난과 시련도 강인한 정신력과 용기 앞에서는 맥을 못 추는 법이라 했으니.

코로나19 사태는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로 이 지경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이 요구하는 전염병 대응 방책보다는 정치적 논리를 앞세웠기 때문이다. 거기다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 발 외국인 입국을 차단해야 한다는 권유를 끝까지 묵살했다. 소시민이야 정부의 그 깊은 뜻을 어찌 알랴 마는 선제적 대응을 강조하던 정부가 이제 와서 결과론적인 입국 허용 이유를 궁색하게 만들어 해명하고 있다는 것쯤은 안다. 자국민은 마스크 몇 장 구하기 위해 몇 시간을 줄서서 기다리는 판국에도 중국에 코로나 대응 의료 물품을 보냈다니 말문이 막힌다. 이제는 무슨 탓으로 이 국면을 전가하려들지 정부의 대응이 더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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