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은 나를 찾는 행복의 길-김광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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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옥,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장/논설위원

배움이란 무엇일까?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JILES)의 미션을 생각하면서 떠올려 본 배움은 ‘역경을 극복하기 위한 길’이었다. 1970년대 초반, 밀감이 제주도의 주산물이 되기 전에는 중학교에 들어가는 게 인생의 전투였다. 초등학교를 마치고선 밭일을 돕거나 물질을 배우는 친구들이 있었으니까. 고등학교에 들어간다는 건 경주와 같았다. 학교 공부가 배움의 여정이라면 어느 정도 결승선이 보이는 지점이었으니까. 드디어 대학교에 들어간다는 건, 사회의 핵심층에 진입하는 게임처럼 보였다. 당시의 대학진학률은 경제학자 파레토가 설파한 엘리트의 비율과 같은 수준이었으니까. 파레토법칙이란 대중과 엘리트 간의 상호작용에 관한 이론으로, 핵심 구성원 20%가 전체 가치의 80%를 차지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나의 사고는 JILES의 인사말에 다음과 같이 묘사돼 있다. ‘선작지왓은 한라산 고원의 평평한 초원지대지만 오르막과 내리막의 경계선이 있습니다. 역사에도 경계가 있어서 제주특별자치도는 탐라국 천년을 지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숱한 경계들을 넘어 왔습니다. 오늘날의 제주국제자유도시는 조선시대의 출륙금지령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새로운 세상입니다. 그동안 제주 사람들은 배움으로 역경을 극복하고, 학습을 통해 다음 사회를 준비해 왔습니다’라고.

이처럼 비장한 생각으로 JILES의 비전인 ‘제주인의 성장과 가치를 키우는 미래 인재양성’을 고민하였다. 그리고 김광웅 교수님께 비전을 일상생활의 지침으로 삼을 만한 모토를 부탁드렸다. 교수님께서 보내주신 메시지는 뜻밖이었다. 「배움은 큰 나(眞我)를 찾는 길이다. 큰 나는 니체의 SELF이고, 진아는 열반의 경지에 이른 것을 뜻하니, 쉽게 쓰면 ‘배움은 나를 찾는 행복의 길’입니다」

그래서 JILES의 모토는 ‘배움은 나를 찾는 행복의 길’이 되었다. 니체의 짜라투스트라(Zarathustra)가 말한 대로 항상 자라고 변하는 현재의 나를 태워서 새로운 내(SELF)가 되자는 뜻이다. 또한 마음공부를 통해 ‘나는 누구인가’라는 참 자아를 깨닫자는 것이다. 실 예를 들면, JILES에는 배움의 기회를 놓쳐서 한글을 깨우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성인문해교육이 있다. 문해학습을 통해 일상생활의 불편함과 소외감을 해소하고 자존감을 향상시켜 주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서귀포의 한 여성 지도자는 부녀회장으로 뽑히자 고민이 생겼다. 한글을 읽고 쓸 줄 몰랐던 것이다. 남몰래 제주시에 있는 문해학교를 다녔다. 어느 날, 갑자기 간판이 보이고 교통 표지판이 읽혔다. 캄캄하던 세상이 환해졌다. 새 사람으로 거듭난 기분이었다. 너무나 서럽고 행복해서 펑펑 울었다. 배움을 통해서 자신을 찾는 게 이런 경우가 아닌가 싶다.

JILES에 첫 출근하던 날, 김광웅 교수님께서 화분을 보내오셨다. 연녹색 꽃봉오리를 다소곳이 머금은 난초였다. ‘교수님께서 보내주신 난은 곧 꽃이 필 것 같습니다. 보내주신 모토를 생각하며 행복을 만들어 가겠습니다’라고 회신을 하였다. 그렇게 꽃이 피고, ‘사람이 꽃이다’를 되뇌던 어느 날, 김광웅 교수님의 부음을 들었다. 교수님은 12월 24일, 내게 난이 오던 이틀 전에 소천 하셨단다. 아, 그 향기는 천국에서 보내신 것이런가….

교수님은 제주도를 참으로 좋아하셨다. 탐라대학교를 방문하시던 날, ‘세계인이 탐내는 탐라가 되고저!’라 쓰셨던 염원이 가슴속에 살아 있다. 이 글을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의 미래를 기대하셨던 고김광웅 교수님께 올려드린다. 보내주신 모토에 잇대어서 ‘성숙한 평생학습사회 제주 실현’이란 미션을 세웠음도 알려드리고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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