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의 뿌리인 가문 역사를 정리하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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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과거 급제자를 찾아 떠나는 긴 여정
제주도 과거 급제자 정리된 곳 없어…문과방목·조선왕조실록 참고
급제선생안, 제주지역 무과급제자 기록…족보·홍패 등도 확인돼
1980년대 관덕정 모습. 관덕정은 제주도의 유일한 국가지정 목조 문화재다. 제주 역사의 상징인 관덕정은 조선 세종 30년(1448년)에 병사들의 훈련과 무예훈련장으로 창건됐다. 관덕정에서는 과거시험과 각종 진상을 위한 봉진행사 등도 이뤄졌다. 출처 : 제주특별자치도 刊 ‘사진으로 보는 제주역사’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언젠가는 직장에서 은퇴해 제2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이들 중에는 고전을 공부하거나 자기의 뿌리가 되는 가문의 역사를 배우고 정리하는 일을 하기도 한다

몇 년 전부터 필자가 근무하는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전통식 한문 교육을 위한 서당을 개설했는데, 퇴근 후 이를 수강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기대 수명이 높아지고 은퇴자가 늘면서 이런 분위기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자기 문중의 역사가 어떻고 어떤 사람들이 배출됐고 그들의 행적은 어땠는지 알기 위한 첫 출발은 과거 급제자를 정리하는 데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정리된 것을 공부하는 사람들도 있고, 사료를 뒤지면서 새롭게 집안의 역사를 정리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필요한 책을 하나하나 수집해 참고할 수도 있지만 온라인 자료들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많이 이용되는 방법이다

제주도 출신 과거 급제자들이 한 곳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것은 현재로는 없다. 그래서 필자는 한국역대인물종합정보시스템을 만들면서 이런 일을 부분적으로 하고 있다.

과거급제자가 종합적으로 정리된 자료로는 방목(榜目)이 있다. 과거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이름과 전력, , , 증조부, 본관, 생년, 처부 및 거주지 등을 기록해 제출한다. 과거에 급제하면 급제자들을 합격 등수 순서로 정리, 책으로 묶어서 반포하는데 이 책을 방목이라 한다. 문과 급제자를 수록한 것이 문과방목이고 무과 급제자를 수록한 것이 무과방목이다. 생원 진사시 급제자는 사마방목, 잡과 급제자는 잡과방목에 수록된다

현재 조선시대 문과 급제자는  ‘국조문과방목의 기록을 바탕으로 15151명의 명단이 정리돼 있다. 조선이 문치주의 전통이 강해서 국가적으로 정리를 잘 해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역대인물정보에서는 생원 진사시와 무과 급제자, 잡과 합격자 정리도 시작했다. 그 결과 생원 진사시 급제자 42819, 무과 급제자도 29256, 잡과 합격자 7000여 명, 그리고 음관(과거를 거치지 않고 관리가 된 사람)  1702명 등도 정리됐다

하지만 생원 진사시와 무과, 잡과 급제자는 정리해야 할 부분이 많다. 제주 출신 과거 급제자 정리도 마찬가지로 찾아야 할 것들이 많다

무과 급제자를 정리하는 또 다른 방법은 조선 왕조의 공식 기록인 조선왕조실록을 보는 것이다

제주의 정묘년 식년시 무과 초시에 합격한 사람인 김성룡(金成龍)과 경오년 식년시 무과 초시에 합격한 사람인 김응정(金應鼎)에게 모두 전시에 응시하는 것을 허락하라고 명하였다”(‘조선왕조실록’, 1752918)

제주의 무과 시험에서 무사 김명훈(金明勳) 193인을 뽑았는데, 모두 전시에 응시하도록 하였다”(‘조선왕조실록’, 1814419)

위 내용은 제주 출신 김성룡, 김응정, 김명훈이 무과 최종 순위 결정 시험인 전시(殿試)’에 올랐다는 기록인데, 무과방목은 현재 발견되지 않았다. 전시에 응시한 사람은 거의 합격한다는 전례를 보면 세 사람은 최종 시험에 합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규장각 소장 탐라지(1653년 간행).

이외에 조선 시대 국가나 지방 행정 관서에서 편찬한 지리지 자료도 있다. 대표적인 것은 읍지인데, 제주읍지, 탐라지 등의 읍지는 현재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서 인터넷으로 서비스하고 있어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면 누구나 집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규장각에서 제공하는 제주도읍지의 전체 목차에서 보면 끝 부분에 과환(科宦)’이라는 부분이 있다. 여기에는 제주지역 출신 과거 급제자의 이름과 급제 과거의 종류, 관직 이력이 정리돼 있다

예를 들어 제주도읍지의 과환편에는 원현도(元顯道)’라는 인물이 무과에 급제했고, 동지충추부사를 역임했다고 기록돼 있다. 하지만 원현도는 역대인물정보에는 수록돼 있지 않다. 이외에도 오영관(吳榮冠, 대정·벽사찰방), 김대명(金大鳴, 정의·보성군수), 김남헌(金南獻, 정의·벽사찰방) 3명이 더 검색됐지만 이들의 급제 시기와 등위 등은 알 수 없다.

제주 출신 무과급제자 명부 급제선생안(及第先生案) 표지(제주유형문화재 제12호).

한편 급제선생안(及第先生案)’이라는 특별한 자료가 있다. 이 자료는 조선시대 무과에 급제한 제주지역 사람들의 이름을 기록한 책으로 현재 제주도유형문화재 제12로 지정돼 있다. 1720(숙종 46) 김여강(金汝江), 김우천(金羽遷), 김우달(金羽達), 양유성(梁有成) 등이 건의해 만들어졌다

이 자료에는 강치황(姜致璜), 강수황(姜受璜), 강취황(姜取璜) 등도 수록돼 있는데, 진주강씨 강치황과 강취황의 급제 기록은 무과방목에서도 확인되기 때문에 이 자료도 비교적 정확한 자료라고 판단된다. 이 책에는 1558년에 무과에 급제한 양연(梁淵)을 비롯해 338명이 수록돼 있다.

다음으로 각 문중들이 대대로 보관해 온 족보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족보에는 문무과를 구분하지 않고 급제로만 표시하기도 하고, 급제연도 없이 무과라고만 표기하는 등 불명확하게 기록되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자료들을 참고해 보완해야 한다

제주 출신 무과급제자 명부 급제선생안(及第先生案)(제주유형문화재 제12호).

마지막으로 과거 급제자에게 주는 합격 증서인 홍패가 있으면 급제자를 확인하는데 좋은 참고가 된다. 그러나 제주도에는 이 증서를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는 경우는 매우 희귀하다. 조선 시대 무과는 시행 회수가 많지만 현재 밝혀진 급제자가 29000명 정도로, 전체 급제자의 30% 정도이다.

생원 진사시 급제자도 무과 급제자를 찾아가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추적해 볼 수 있다. 제주도 출신으로 확인되는 생원 진사시 급제자가 26명 정도이고 그나마 이들도 대부분이 19세기에 급제했다. 따라서 14~18세기에 생원 진사시에 급제한 제주인을 찾기 위해서는 각종 문헌을 하나하나 뒤져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급제자를 하나하나 발굴하고 정리하는 것은 새로운 즐거움이 될 수 있다. <>

 


 

필자 양창진(梁彰珍)은…

▲1967년생

▲제주제일고등학교 졸업

▲제주대학교 사회교육과 졸업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정치학 석사. 박사 졸업

▲한국학중앙연구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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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 2020-03-16 08:20:52
수고많으셨습니다. 양박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