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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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천재지변이 일어나면 피해자를 구제하고 파괴된 것을 복구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푼다. 이로 인해 새로운 시설이 들어서면서 생산성이 높아지고 경기 부양이 이뤄진다. 이를 재난의 역설이라 한다.

그 좋은 예가 태풍이 발생한 경우다. 피해가 크면 정부는 추가 예산을 평성하고 수해 복구에 나선다. 농작물 등의 재산 피해를 보상하고, 새로운 도로나 항만을 건설하기도 한다. 그 과정을 통해 내수 경기가 살아난다.

미국에서는 9·11 테러 당시 극단적으로 위축된 소비심리를 진작하기 위해 금리를 낮추고 세금을 깎아주자 경기가 바로 상승했다. 1995년에 발생한 일본의 고베 대지진도 마찬가지다. 6300여 명이 사망하고 1400억 달러의 피해를 냈지만, 정부의 피해 복구로 경제성장률이 높아졌다.

▲문재인 정부가 512조3000억원이란 슈퍼예산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편성했다. 이른바 ‘코로나 추경’이다. 역대 추경 가운데 네 번째 규모다. 그만큼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당장 급한 불을 꺼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예산은 감염병 검역·진단·치료 등 방역체계 고도화를 위해 음압 병실 추가 시설과 음압 구급차 구입에 쓰인다. 또 호남권 1곳이었던 감염병 전문병원을 영남권과 중부권에 1곳씩 확충한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민생 및 고용안정 지원에도 들어간다.

앞서 2015년 메르스 때는 11조6000억원을 편성했다. 메르스가 종결되자 정부는 ‘2015 메르스 백서’를 냈다. 교훈으로 삼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해 질병관리본부를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감염병 대응 긴급상황실을 만들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백서가 지적한 방역 인력 부족과 불안만 키운 소통 방식 등은 달라지지 않았다. 방역 관련 법·제도도 정비를 미루다가 지난달에야 감염병예방관리법 등 ‘코로나 3법’을 번갯불에 콩을 볶듯 부랴부랴 처리했다.

코로나19도 시간이 지나면 신종플루와 메르스처럼 지나간 일이 될 것이다. 그 후엔 더 전파력이 강하고 더 진화한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등장할 수도 있다.

▲재난의 역설은 재난의 반전이다. 흉(凶)이나 화(禍)로만 알았던 것을 하기 나름에 따라 길(吉)과 복(福)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코로라 추경이 빛을 발해야 하는 이유다.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소비심리를 살려야 한다. 말짱 도루묵이 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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