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에 기억해야 할 사람
올봄에 기억해야 할 사람
  • 제주일보
  • 승인 2020.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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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희, 춘강장애인근로센터 사무국장·수필가

지난 목요일이었다. 약국 앞을 지나는데 아저씨 둘이 허겁지겁 뛰어가는 것이다, ‘마스크!’ 본능적으로 따라 뛰었고, 조카와 같이 세 개씩 총 여섯 개를 살 수 있었다. 줄 서 있는 동안에도 혹시나 떨어지면 어쩌나 조마조마한 마음이었고, 이름과 연락처를 적은 후 마스크를 받았을 때는 얼마나 좋았는지 로또복권 당첨된 기분이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에게 마스크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 1월에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질 수도 있다는 불안에 마스크를 미리 사두었기에 아껴 쓰면 견딜만해 뛰어가면서까지 마스크를 쟁취할 일은 아니었다. 마스크 여섯 장을 친한 이에게 전했다. 예상보다 더 환하게 웃으며 고맙다 했다. 마스크 여섯 장 건넨 일이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나의 미안함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저 집에는 아픈 딸이 있어 감염되면 안 되는데, 남편 아픈 집에는 마스크가 있을까? 줄줄이 떠오를 만큼 주변에 마스크가 꼭 필요한 사람들 많았다. 여기에 생각이 이르자 건강한 나는 천 마스크를 써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마스크 대란이라는 말이 생겨나고, 대통령이 사과해야 할 만큼 우리의 불안은 극에 달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전 국민에게 사회적 거리 두기 동참을 호소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대부분이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위하여 동참하고 있기에 거리는 텅 비어 가고 있다.

급히 건네받아야 할 것이 있어 만난 자리에 후배가 남편과 함께 나왔다. 어떻게 동행했냐는 놀라 묻었더니 회사에 일이 없어 격일로 출근한다 했다. 좋게 생각하라는 의미로 “이참에 좀 쉬고 둘이 같이 시간도 보내고 좋겠다.” 했더니 “쓸 돈이 있어야 놀죠!” 한다. 월급이 절반만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을 왜 못 했을까 쥐구멍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후배를 보내고 걱정되는 마음에 학원 차를 운전하는 지인에게 전화했더니 2월 말부터 쉬고 있다며 한숨을 내쉰다. 엄마 혼자 벌어 두 자녀를 키우는 가정인데 수입이 줄면 어떻게 버텨낼 것인지 막막함에 말을 잃었다. 코로나 19가 우리의 건강뿐만 아니라 생계까지도 위협하고 있음을 몸으로 느끼는 요즘이다.

텅 비어 가는 거리가 우리의 마음마저 텅 비게 할까 두렵다. 현재 상황에 대하여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말 중에 힘든 이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말은 얼마나 될까? 성경에 ‘천사의 말이라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라 했다. 우리의 주장이 두려움과 분노로 가득 차고, 사랑이 없다면 시끄러운 소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경칩이 지나고 목련이 곱게 피었다. 여느 때 같으면 많은 봉사자가 분주히 움직일 때다. 어려운 이웃과 늘 함께해주던 따뜻한 손길들이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묶여있다. 하지만 어려운 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힘든 시기 맞고 있다. 비록 우리가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그들이 버텨내려 애쓰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코로나 19의 장막이 걷히는 순간 바로 함께 할 수 있도록 그들을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오늘은 가장 친한 이의 안부가 아니라, 가장 급하고 어려운 이를 먼저 떠올려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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