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에서 나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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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전통에 대한 의미가 날로 퇴색하면서 장례문화도 대폭 간소화됐다. 과거에는 조상의 은덕이 후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하여 돌아가신 분도 지극정성으로 모셨으나 언제인가부터 가족 간의 다툼의 원인이 되고 귀찮은 일이 되어버렸다. 친척들과 안부를 묻던 벌초도 구식 취급을 받는다. 누군가에게 잊혀진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숙제를 가져보자.

건설업을 하는 지인이 고향 선산을 정리해야 할 것 같은데 날짜를 잡아달라고 연락이 왔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냐고 물으니 그곳에도 예외 없이 개발바람이 불어 땅값이 치솟는 중인데 부동산에서 좋은 가격을 받아 줄테니 팔라고 권유했단다.

약속한 날 아침부터 눈비가 내려 기분이 편하지는 않았지만 애써 따라나섰다. 도착해보니 최적으로 편안한 장소였다. 나라를 빛낼 영웅까지는 아니어도 부자 소리를 들으며 살수 있는 명당이었다. 산소가 몇 군데로 흩어져 있었지만 나름 식견이 있는 지관의 작품이었다.

간단한 예를 올리고 찬찬히 살펴보는데 누군가가 속삭였다. “아이고 저 녀석은 무슨 욕심이 그리 많아서 이런 짓을 한대요. 내가 저 아이들 할머니인데 저렇게 철이 없어요.” 그제서야 상황 판단을 하고 , 계속하세요.”라고 말했더니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걸 전해달란다. 저기 큰손자의 여식이 시험을 준비하는데 뜻한 바를 이룰 거라고 이야기했다. 다 우리 덕이니 그리 알라는 말도 덧붙였다.

사실 그대로를 당사자에게 전해주었더니 못 믿겠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꺼내지도 않은 딸 문제에 민감해 보였다. 잠시 수근거리더니 수고했다며 자신들은 남아서 정리할 것이 있다고 연락을 다시 하잖다. 뭔가 개운하지 않았지만 할 일을 다했다고 위안했다.

다음날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꿈에 조부모 내외분이 나와 깨끗한 옷과 책을 건내면서 지금에 만족하고 과욕 부리지 말라고 꾸짖었단다. 그러면서 어제의 실례를 용서해달라고 사과했다

그리고 이후 몇 번의 크고 작은 위기가 있었지만 이제는 남에게 손 벌리지 않는 수준까지 부를 쌓았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어느 날은 찾아와 딸이 시험 합격과 함께 누구보다 빠르게 발령이 났고 남자친구의 부모님과 상견례도 했다면서 사진을 보여줬다.

천생배필이라 흐뭇하고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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