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과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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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혜경,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논설위원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자기 친구 중에 중국인 친구가 있는데, 그 중국인 친구 말이 코로나19(COVID 19) 사태가 벌어지고 나서는 주변에서 자기에게 말을 거는 사람이 없다며, 혹여 ‘포비아(phobia)’로 해를 당할까 두려워하더라는 것이다. 최근에 코로나19로 유럽 등에서 아시아인들에 대한 혐오 및 차별, 괴롭힘도 심심찮게 나타나면서 이 시대는 다시 인권의 시험대에 오르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재난이 반복될 때마다 인권의 문제는 언제나 시험대에 올랐다. 재난과 사회적 담론이 발생시키는 스트레스와 심리적 위축은 혐오와 공포를 낳고, 그 탈출구를 찾으려 하여 줄곧 마녀사냥 식의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들이 많았다. 그래서 재난 상황에서 한 국가의 시민성 수준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하였다.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세계가 긴장상태에 놓이고 치료제나 백신이 없어 사람들의 공포와 불안은 고조되면서 심각한 사회적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고 있다. 이런 공포와 불안은 특정 집단이나 사람들에 대한 차별과 괴롭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여 유엔(UN)을 비롯한 국제기구, 정부, 시민사회 등은 ‘인권’의 문제를 간과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미첼 바첼레트(Michelle Bachelet) 유엔 인권대표는 코로나19 대응에서 인권이 맨 앞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하였다. 상대는 사람이 아닌 바이러스라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하였다.

코로나19 명칭도 처음에는 중국 우한 지역을 표시하는 ‘우한 폐렴’으로 명명 하였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으로 전환하였다. 그러다가 세계보건기구(WHO)가 인권의 관점을 반영하여 ‘코비드(COVID 19)’로 명명하였고 한국에서는 ‘코로나19’로 명명하였다. 지역에 대한 편견 및 부정적 인식을 없애려고 한 것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심리적 스트레스 외에도 급여삭감, 일자리 상실, 사회적 관계 소실 등 많은 악재가 사람들의 삶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며. 회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때문에 이것의 원인이 특정 집단이나 지역 때문에 일어났다는 인식과 배제 행위에서 벗어나 누구나 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일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사회적 보호를 향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인권의 핵심일 것이다.

이제 정부와 시민사회는 사회적 스트레스와 심리적 치유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보건복지부에서 설립한 국가트라우마센터에 코로나19 사태로 상담을 요청한 건수가 최근 2만 건이 넘어가고 있다고 한다. 지역사회에서의 스트레스 상황도 만만찮을 것이다. 지역사회의 스트레스를 잘 다스리는 일은 지역공동체의 회복력을 증진시키는 일임과 동시에 인권과 시민성을 한 단계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에 대한 시스템적 접근이 필요하며, 관리체계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사회적으로 ‘배려’라는 가치를 다시 환원시켜야 한다. 사회적 재난을 이기는 원동력이 ‘배려’와 ‘연대’라는 사실은 역사에서 줄곧 보여주었다. 제주사회의 역사에서도 이런 공동체 정신이 상존하여 왔다. 따라서 향후 제주지역공동체가 빠르게 회복될 수 있도록 지역 주민들의 배려와 연대의 정신을 기대해본다. 이번 위기가 오히려 제주사회의 인권지수와 시민성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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