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가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다섯 개 마을
지중해가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다섯 개 마을
  • 제주신보
  • 승인 2020.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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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이탈리아 친퀘테레 트레킹
산길·바닷길로만 접근 가능
천혜의 자연 경관 유지 비결
리오마조레서 몬테로소까지
총 거리 18km, 1박 2일이 좋아
유럽서 한달살이 1위 선정도
베르나차 마을의 항구 풍경. 항구 앞에는 크루즈 선이 여행객들을 실어 나르고, 항구 백사장에는 해수욕을 즐기는 여행객들이 붐비고 있다. 베르나차는 친퀘테레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항구 역할을 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북쪽 끝은 밀라노, 동쪽은 베네치아, 그 밑으로 피렌체가 있다. 또한 한가운데에는 로마, 남쪽으로 나폴리가 있다. 이탈리아를 처음 가는 사람들은 이 도시들 정도만 돌아봐도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번째라면 친퀘테레는 꼭 다녀와야 할 곳이다.

친퀘테레는 몇 년 전 대한항공이 선정한 한 달쯤 살고 싶은 유럽 Best 10’에서 1위를 차지했던 곳이다. 라틴어로 친퀘(cinque)’다섯(5)’, ‘테레(terre)’는 마을이나 지역을 뜻한다. ‘다섯 개의 마을이란 두 개 단어가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고유명사로 굳어졌다

친퀘테레는 가장 남쪽 마을 리오마조레를 시작으로 마나롤라, 코르닐리아, 베르나차를 거쳐 가장 북쪽의 몬테로소까지다

험하고 가파른 산길을 지나거나 바닷길로 배를 이용해야만 이 마을로 들어올 수 있었기 때문에, 오랜 세월 접근성 떨어지는 산간 오지로 남을 수 있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고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교통과 접근성 면은 변하지 않아 천혜의 자연 상태가 유지될 수 있었다. 그 옛날 터키 등 외부인들의 침입에 대비해 험한 절벽 위에 일부러 위태롭게 집들을 지었다. 멀리 고기잡이 나가 돌아올 때 자기 집을 잘 알아보기 위해 다른 색깔로 칠했다고도 한다

생존과 삶의 방편으로 지어진 그 옛날 가옥들 덕분에 유명 크루즈 선들의 정박지가 되거나 수많은 방문객들이 몰리는 여행지가 됐다

울긋불긋 형형색색의 집들이 거대 절벽 위에 촘촘히 밀집된 모습은 사진 속의 그리스 산토리니 섬 정경과 많이 닮았다. 흡사 육지 속의 섬이다. 깎아지른 암벽 해안을 따라 도로도 없고 철길만 있다

기차 외의 대중교통은 이용할 수 없다. 마을과 마을을 잇는 해변길과 절벽길 그리고 산길을 따라 걸으며 다섯 마을을 모두 거치는 여정이 친퀘테레 트레킹이다.      

총 거리가 18, 빨리 걸으면 하루에도 마칠 수 있다. 하지만 다섯 개의 지중해 마을을 천천히 둘러보며 음미하는 게 핵심이다. 최소한 12일의 여정이 좋다

다섯 마을을 관통하는 기차가 시간당 두어 차례 씩 꾸준히 이어진다. 걷다가 힘이 들면 마을 역에서 기차로 갈아탈 수도 있어 여유롭고 느긋하게 여행할 수 있다.

첫 번째 마을 리오마조레    

역에 내리면 바로 옆으로 마을 복판과 이어지는 터널로 들어선다. 잠시 후 터널이 끝나고 리오마조레(Riomaggiore) 마을이 나타나는 순간 바다 내음과 함께 벅찬 감흥이 몰아친다

다섯 마을 중 외부와 가장 가까운 위치라서 상대적으로 현대적인 분위기다. 흰색 포말들이 출렁이는 에메랄드 빛 바다는 지중해 해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그 거친 바다를 막아 선 해안 절벽들이 수직으로 성채를 이뤄 장엄하다

그 성채 위로 빼곡빼곡 박혀 있는 조그만 집들은 도화지 위에 형형색색 수채화를 그려 놓은 듯 이국적이다.           

마나롤라 마을 기차역에서 해변으로 향하는 골목길 풍경.

두 번째 마을 마나롤라      

마나롤라(Manarola) 마을은 남해의 가천 다랭이밭 같은 계단식 마을이다. 가파른 절벽 위에까지 위태로워 보이는 가옥들이 촘촘히 들어서 있다.

다섯 마을 중 외부에 가장 많이 알려졌다. 친퀘테레를 알리는 엽서나 사진에 가장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리오마조레와 마나롤라를 잇는 구간은 '사랑의 길(Via Dell'Amore)'로 불린다. 연인들의 자물쇠 더미 등 아기자기한 조형물들로 꾸며져 주변 경관과 함께 낭만적인 길 풍경을 보여준다. 절벽 중턱을 가로지르는 완만한 오르막길이라 시원한 바람과 주변 풍광이 더욱더 정겹기도 하다

해변으로 내려서면 센티에로 아주로(Sentiero Azzuro)’라는 이름의 편안한 하늘색 산책로도 기다린다.          

세 번째 마을 코르닐리아      

코르닐리아(Corniglia)는 바닷가와 인접한 다른 네 개 마을들과 달리 천혜의 요새 같은 고지대 산속 마을이다. 와인으로 유명한 마을로, 계단식 경작지와 포도밭이 마을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잠시 트레킹을 멈추고 카페에 들러 와인 한 잔 마시는 건 이 마을 여행의 필수 아이템이다. 옛날 이곳에 정착해 포도를 재배하며 살았던 지주 코르넬리우스의 어머니인 코르넬리아에서 마을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네 번째 마을 베르나차 

지나온 세 곳 마을이 소박한 시골 또는 한적한 어촌 마을 분위기라면 베르나차(Vernazza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훨씬 크다. 집과 상가 건물들이 들어선 위치도 상대적으로 낮다. 외지의 여타 항구에 비하면 규모가 작지만, 친퀘테레에서는 가장 큰 항구 구실을 하고 있다

아담한 방파제로 막아 놓은 항구 앞에는 자그마한 크루즈 선이 부지런히 여행객들을 실어 나르고, 항구 백사장에는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기는 여행객들로 붐빈다. 마을 중심지인 마르코니 광장에는 여느 유럽 도시처럼 거리의 음악가들이 관광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준다.          

다섯 번째 마을 몬테로소

마지막 마을인 몬테로소(Monterosso al Mare)까지 가는 길은 가장 난코스다. 가파르고 좁은 숲길과 돌계단을 한 시간 반 정도 오르고 내리다 보면 절벽 중턱 포장도로 아래로 몬테로소 해변과 마을 정경이 장엄하게 펼쳐진다. 해변의 길이도 베르나차에 비하여 훨씬 길고 마을의 규모도 다섯 마을 중 으뜸이면서 가장 번화하다

미로 같은 골목길 양쪽으로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나 야외 카페가 즐비하다. 풍성한 해산물에 와인을 즐기는 풍경들이, 지나온 네 개 마을과 큰 차이를 보인다

<·사진=이영철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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